100103 - 눈길을 걸었다, 지치도록..
2010. 1. 3 일 맑음
어제는 걷기동호회 토요걷기에 갔다 왔다.
양천향교에서 출발해서 한강변을 따라 난지도 하늘공원, 노을공원까지 걸었다.
진수네 집이 출발지와 가까워서 미리 문자를 보냈었는데 등산간다기에 같이 걷기 가자 하고 만나서 함께 걸었다.
공지는 18킬로라고 했던 것 같은데 잘 모르겠다.
1시부터 시작해서 6시쯤 되어서 걷기가 끝난 것 같다.
눈길이 미끄러울까봐 걱정스러웠지만염려처럼 미끄럽지는 않았는데 쌓인 눈 때문에걷기는 많이 힘들었다.
한강다리를 건널 때 강바람이 너무 차가웠고 하늘공원 노을공원 위에도 바람이 거셌다.
진수 덕에 일행과 떨어졌다가 하늘공원에서 만났고 노을공원에서는 일몰을 보았다.
일행과 떨어져 둘이하늘공원쪽으로 걸어가면서 내가 말했다.
범생이랑 놀아야 선두그룹에 서서잘 갈 수 있는데 문제아랑 노니까 뒤따라 가다가 문제가 생긴다고.
생각해보니 지난번 걷기대회 때도 진수랑 걷다가 정석을 벗어났었다. 하하
진수는.. 핵심에 집중하는 것은 좀 떨어지는 것 같은데다른 쪽에 있는즐거움을 잘 찾아내는 것같다.
나는 앞만 보고 가는데 진수는전후좌우를 다 보면서 간다고 할까.
아마 진수의 인생이 더 흥미진진하고 즐거울 것이다.
걷기가 끝난 후 그냥 갈 사람들은 집으로 돌아가고
저녁을 먹고 갈 사람들은 함께 저녁을 먹고 가는데 지난번에는 그냥 돌아왔지만 어제는 저녁을 먹기로 했다.
아침 9시에 밥을 먹고 6시가 넘도록 밥을 못먹었더니 배가 너무 고팠고
어차피 진수랑 저녁을 먹으려고 했으니까 여럿이 가는데 같이 가서 먹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그 모임은 보기에도 평균연령이 무진장 높아서 나 정도면 어린 축에 속한다.
그런데 나이들어보이는 분들은 그렇다 치고
내가 두 세 번 만나서 보고 나랑 비슷하거나 나보다 어리겠구나 하고생각했던 여자 두 분이
세상에.. 올해 오십이란다.
걷는 거 좋아하면 젊어지는걸까? 그랬으면 좋겠다.
아, 그 자리에서 진수랑 나랑 부부인줄 알았는데 친구라는 사실을 알고
그렇게 오기가 쉽지 않은데... 라고 몇 분이 우리에게 얘기하는 걸 들었다.
나는 내가 이상하지 않으니까 전혀 신경쓰지 못했는데 그게 좀 이상해 보일 수 있는 걸까?
집으로 돌아오면서 갑자기 내가 이상한 것 같이 느껴졌다. 내가 잘못한 거였나.
내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 다르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걸까?
생각해 보니 그런 면이 있는 것도 같다.
몇 년 전 K부부와 또 M부부와 함께규현이를 만났을 때도
만나는 그 순간까지 그 부부들은 내가 소개하려는 친구가 여자인 줄알았다고 했었다.
마트를 두 개 하고 어쩌고, 그 친구 하는 일들을 얘기했는데 어떻게 여자라고 생각했는지 나는 그게 오히려 이상했지만.
어쨌든 돌아오는 동안 나는 좀 혼란스러워졌고
딱히 그래서는 아니지만 별이아빠에게 진수와 같이 갔었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다.
집에 돌아오니 별이 아빠는 안방에 아픈 사람처럼 누워있었고
별이는 제 방에 불도 켜지 않고 엎드려 있었다. 이어폰을 꽂고.
아, 집안 분위기가 왜 이래..
물어보니 별이아빠는 낮에 혈변을 보고 겁쟁이라 겁이나서 그러고 있었고
별이는요즘기분이안좋아 보이는데 나랑 비슷한 감정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검색해보니 치질류인 것 같은데 별이아빠가 워낙 겁이 많고 건강염려증이 많은 사람이라
죽을 병이라도 걸렸나 싶어서 상심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담담하게 묻고 검색해보고 별거 아니라는 듯 얘기해주는 내가 섭섭했을지도 모르겠다.
그 얘기 듣고 나도 걱정이 되긴 했지만 내가 워낙 침착(?)한 사람이라..
게다가 검색해 보니 별거 아닌 듯하고... 어쨌든 병원에는 가보라 해야겠다.
사람은 어차피 혼자인 것,
삶과 죽음이 서로 다를 것도 없고...
노을공원에서 본 일몰 중에 제일 예쁜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