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일기

091209 - 뒤돌아보기

little tree 2009. 12. 9. 10:50

요즘그동안 내가 옳다고 생각해서 한 일이 과연 옳은가 다시 생각한다.

카페활동을 하면서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이어지는 분쟁에서 나는 그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

연말, 규칙을 만들게 된 원인이었던 일에서도,

3월 초 규혁이 재가입투표를 발단으로 일어난 사건에서도나는 내가 옳았다고 생각했고

억울했지만 많이 참았다고 생각했다.

게시판에 올려지는 막말과 명예훼손의 소지가 다분한 글들,

그 글들은글을 올린 사람들이 곧 지울 수밖에 없다는 것을 짐작하고 있던 나는

지워지기 전에 그 글들을 모두 복사해서 운영자만 볼 수 있는 폴더를 만들어 따로 저장해 두었다.

카페에 문제가 생길 때마다 아무런 자료나 흔적이 없기 때문에

왜 문제가 발생한지를 몰라서 늘 똑같은 원인의 다툼이 계속되는 것이라고 봤기 때문에

다음에 혹시 다툼이 생길때 공개해서 판단할 근거로 남겨두고자 하는 생각에서였다.

그리고 그 저장해 놓은 글은 내가 운영자를 그만둘 때를 생각해서 내 비공개 카페에도 스크랩, 혹은 복사해 놓았다.

앞으로 내가 카페를 관리할 날을 일주일 정도 남겨두고 있다.

선거는 끝났지만 다음카페 운영상 18일에나 카페지기가 넘어가기 때문에.

내가 만들어 놓은, 친구들은 존재조차 모르고 있는 저 폴더를 어떻게 해야 옳은가.

만들 때는 기록이 필요하다고 판단해서였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좋지 않은 기록이 정말 필요할까 싶다.

이게 무슨 인류, 국가의 역사도 아니고 큰 조직도 기업도 아니고 몇 되지 않는 작은 모임에서

좋지 않은 기억, 좋지 않은 기록을 남겨둘 필요가 있을까.

어쩌면 내 억울한 감정 때문에, 시간이 흐른 후에라도 내가 옳았음을 증명하고 싶어서 묻어두었던 것은 아닐까.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나중에 이 자료나 흔적이 필요할 때가 오더라도,그래서 없애버린 것을 후회하는 일이 있더라도

없애는게 낫다는 생각으로바뀌어가고 있다.

저장은 했으되

그 글을 읽으면 다시 분노로 몸을 떨까 두려워서 한 번도 읽어볼 수 없었던 다툼의 글들

그 글들을 없애는 것이 낫겠다.

글쓰기는 생각을 하고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글을 쓰면서 생각을 하는 거라는 말이 맞다.

처음 이 글을 쓰면서고민은 해도 결정하지는 못했는데 이제 생각이 훨씬 정리가 된다.

사실 그 사건들은 당사자들 외에는 관심이 없는 사건이었을 지도 모른다.

나는 당하는 당사자였기 때문에 크게 느껴졌고

억울해서, 분해서 죽을 것 같았지만

주변인은 그렇지 않았을 것이고 또 세월이 흐른 후에는 모든 것들이 잊혀져서

오히려 내게 예민하게 군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그런 글들을 기록으로 남겨두었던 내가 정말 옹졸하고 근시안적인사람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