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일기

091127 - 별이 생일

little tree 2009. 11. 27. 10:05

2009. 11. 27 금 맑음

어제는 별이 생일이었다.

생일 전날 미역국을 준비해서 생일 아침에먹이는 것이 당연한 일인데 그러지를 못했다.

핑계라면 생일 전날이었던 25일, 비가 오락가락하면서 내 마음이 깊은 우울에 빠져 있었고

별이랑 저녁이라도 같이 먹어야지 하고 일찍 퇴근했지만

이미 집에 도착해 있는 별이 나가기 싫다고 거절을 했다.

냉동식품에 대충 저녁을 챙겨 먹이고

모든 것이 귀찮아져서 꼼짝않고 테이블에 앉아 책만 들여다보고 전날 저녁을 보냈다.

어제 아침, 출근을 하고나니 참 내가 한심한거라.

남들은 내게 자식 하나 키우면서 오만 정성에 정도가 지나친 집착을 보인다고 하는데

막상 생일에 미역국조차 제대로 챙겨주지 못했다는 미안함과

내 편한 것만 추구하는 이기적인 내 모습이 참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물도 늘 함께 가서 사 주었는데사고 싶은 거 사라면서 아침에 10만원을 주고 나온 것도 그렇고...

옷을 사고 싶어 하는데 같이 가봐야 비싼거 사주게 되니까그냥 시장에서 사 입으라는 뜻으로 돈을 주고 나왔는데,

생일에 돈을 준다.... 이게 잘한 짓인가 후회도 되고.

마음이 너무 불편해서 일찍 퇴근해서 마트에 들러 장을 봐서 집으로 갔다.

미역국을 끓이면서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고 꼬드겨서 겨우 허락을 받아내고

별이 아빠도 조금 일찍 퇴근해서 갈비집에 가서 저녁을 먹었다.

처음처럼을 두 병이나!!! 시켜서 별이랑 나랑 둘이 나눠 마셨는데 나를 닮아선지 확실히 술이 세다.

술을 마시면 말없는 놈이 말을 좀 하는 편이다.

그래야 보통의 수다스럽지 않은 아이들이 하는 정도밖에 안되겠지만.

술 탓에 이야기를 좀하긴 했는데 술 없이도 대화가 많았으면 좋겠다.

그것이 영 맘에 안들지만 할 수 없지 뭐, 내 모습이기도 하니까.

자식의 맘에 안드는 모습에서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될 때, 오히려 자식놈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