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일기

091109 - 김장, 성옥이

little tree 2009. 11. 9. 10:25







2009. 11. 7 토 맑음

10시까지 덕소 형네 갔다. 사과를 사가지고.

가지고 들어갔더니 오히려 과일 많다면서 사과, 배, 감, 고구마를 싸 줬다.

곧 큰누나가 와서 큰누나는 형수차에 타고 우리는 형수차를 따라

형수의 주말농장에 가서 배추를 뽑았다.

주말농장은 양수리 근처인 듯했다.

배추 70여 포기, 동치미무, 여린 달랑이를 뽑아, 다듬어서 차에 싣고

덕소 형수 친구가 한다는 식당에서 낙지볶음으로 점심을 먹고

형수는 집으로 우리는 큰누나를 태우고 교문리 큰누나 집에 큰누나 배추를내려주고

마트에 들렀다가배추를 엄마집으로 가지고 갔다.

형수는 참 내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많다.

집에 가보면 화장실도 주방도 베란다도 정말 살림 살뜰하게 하는

전형적인 얌전한 전업주부의 모습을 하고 있는데 사람을 보면 또 그렇지 않고...

한 번도 형수집에 가서 뭔가를 제대로 먹고 온 적이 없다.

말로는준다고 하는데 실제로 주는 법이 없다.

아침을 준다기에 원래 안먹는다고 했는데(미안하니까, 사실은 배가 많이 고팠지만)

커피를 준다더니 커피도 안주고 사과도 준다고 하면서 깎을 생각도 하지 않기에 내가 깎았다.

여기저기서 뭔가를 얻어오기도 하고 또 나눠주기도 하고

늘 집에, 주변에 친구들이 꼬이고 즐기며 사는 것 같긴 한데 뭐랄까 그 분위기가 내 맘에는 안들고..

전날 달랑이무 김장을 하면서도 친구들이 여럿이 와서 해줬다고 하고

피곤해서 친구들이 가는 것도 못보고 낮잠을 잤다고도 한다.

추측컨대 친구들이랑 어울려 노는 재미로 함께 김장을 하고 술을 한 잔 하고 술에 취해 잠든게 아닌가 싶다.

아, 정말 내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는...

어쨌든 배추를 줘서 하지않을 김장을 다 하게 되었다.

내년에도 김장을 하게 된다면 그땐 그냥 내가 해야겠다.

어제 엄마가 지철이 내외까지 불러 같이 김장을 했는데 별거 아닌 일을 너무 겁을 낸다, 엄마가.

이모도 다 끝날 때쯤 왔는데 두 자매가 서로 자신이 낫다면서 다툰다. ㅎㅎ

내 보기에 일하고 살림하는 건 이모가 훨씬 나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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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을 끝내고 성옥이 남편이 중환자실에 있다는 세브란스병원으로 갔다.

나이 마흔아홉.

토요일 저녁에 쓰러졌다는데 심폐소생술하다가 갈비도 부러졌다고 하고...

1시간 넘기기 어렵다는 얘기까지도 나왔었다고 하는데 참..

술과 담배, 과로와 스트레스... 내가 추측하는 이유이다.

쓰러졌을 때만해도 의식이 있었다는데 병원에 도착한 이후 아직까지 깨어나지를 못하고 있다.

듣기로는 뇌가 부어있는데 뇌와 심장에는 이상이 없다고 한단다. 무슨 말인지.

72시간 경과를 해야 추측을 할 수 있다고 한다는데...

부부는 남이라더니 입원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저래서 회생할 수 있겠는가,

회생할 수 없다면 죽는게 차라리 낫지 아니한가 하는 말들도 나온다.

보험을 들은 것이 있는가 하는 말도...

올해 초에 40대 초중반 육층이 죽었고 10월 초에 영창 사장이 죽었다.

4, 50대 넘기는 것이 이렇게 힘든걸까.

죽는 사람만 불쌍하지 산 사람은 다 살게 되어 있다.

아니, 어쩌면 고생스런 세상 등지는 것이 오히려 편한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먼저 가는 사람이 불쌍한 건지, 남아서 살아가야 하는 사람이 불쌍한 건지 헷갈릴 때가 많다.

사는게 녹록지 않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