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없는 별이
지난주에 별이가 2박3일 포상휴가를 나왔다. 휴가왔다가 들어간지 채 일주일이 되지 않아서 나온 휴가이고 예정에 없던 휴가라 어떻게 나오게 되었냐고 물었더니 지난 금요일에 귀대하고 월요일에 축구시합에 나갔다가 이겨서 포상휴가 나왔다고 한다.
이어나온 휴가, 예정에 없던 휴가, 짧은 휴가라 친구들도 만나지 않고 집에서 줄창 축구만 보는 것 같더니 귀대하기 전날 외식하고 돌아오는 길에 그런다. 내일 축구하러 간다고. 새벽 5시에 일어나 6시에 대방동으로 가서 8시부터 10시까지 축구를 하고 돌아오면 12시쯤 될 거란다. 자기가 들어있는 동호회도 아니고 학교 친구들과 하는 것도 아니고 말을 들어보니 아마도 친구가 들어있는 팀(조기축구쯤 되려나??)이 축구를 하는데 오라그랬다고 거기까지 간다는 거였다. 하이고..
평소 휴가 때 같으면 해가 중천에 떠야 일어날까 말까 하는 넘이 새벽 5시부터 일어나 돌아다니는 통에 나도 5시에 깼는데 6시에 아침도 못먹고 가방을 메고 나선다. 잘 다녀오라고, 다치지 말고 늦지 않게 돌아오라며 보냈다.
12시가 넘어서 집에 도착한 별이넘의 축구 빨래를 하기 위해 가방을 열어보니 두 벌씩 가져간 축구복 중 한 벌은 아예 입지도 않은 상태이고 한 벌은 입었는지 어쨌는지 상태가 깨끗하기에 옷이 깨끗하다고 했더니 별로 안뛰었다고만 한다.
생각해보니 별로 안 뛴게 아니라 못뛴 모양이다. 축구하는 인원은 정해져 있는 것이고 어떤 팀이든 나름대로 멤버가 짜여져서 할텐데 인원이 부족했다면 모를까 인원이 맞는다면 처음 보는 넘을 축구를 잘한다 한들 멀리서 왔다고 한들 누군가 빠지고 끼워줄 리도 없는 일. 친구말 듣고 추운날 새벽부터 먼 길 갔다가 제대로 뛰지도 못하고 온 넘의 마음이 얼마나 쓰릴까. 상황이 이해되고 나니 별이넘 속 쓰렸을 생각에 내 맘이 아프다.
그놈의 축구는 왜 여럿이 같이 해야 할까. 혼자도 할 수 있다면 좋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