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ttle tree 2011. 11. 21. 14:06

10월 휴가다녀간 지 한달이 채 안되어 11월에 휴가를 나왔다가 지난 금요일에 귀대를 했다. 휴가 초반에는 친구들을 만나 술먹고 노느라 새벽녘에나 귀가하더니 중반 이후로는 술은 안먹고 가까이 사는 친구와 당구를 치느라 늦게 나갔다가 새벽에 들어오는 거 외에는 집에 있으면서 조용히 보내는 편이었다.

지난번 휴가 후 귀대할 때는 얼마 안있으면 또 휴가나올 생각에 부담이 덜했겠지만 이번에 귀대하는 건 말년휴가까지 한참 있어야 하므로 전과는 다른 느낌이었을 것이다. 4시 차를 타겠다고 해서 내가 먼저 나오는 바람에 가는 모습을 보지는 못했지만 두벌 내복 사다놓은 것도 겹쳐 입고 잊어버리고 그냥 갔을까 걱정했던 군번줄도 목에 걸고 뭐 하나 빠짐없이 잘 챙겨서 간 듯하다.

휴가 동안 별이가 입었던 옷, 여기 저기 지저분하게 널어놓은 옷을 모두 정리하여 세탁기에 돌리고 쓰던 침대와 방, 잠깐 와 있는 동안 온통 어질러 놓은 것들을 정리하고 보니 집안이 다시 깨끗해졌다.

별이를 군대에 보내고는 걱정스럽고 불안하고 보고싶고 허무하고 쓸쓸하고 손에 일도 안잡히더니 만 일년이 지나고 나면서 괜찮아지다가 이제는 그닥 불안하지 않고 담담하다. 지금까지 잘 지낸 것처럼 별이가 끝까지 잘 해낼거라는 확신이 있다. 다만 걱정스러운 것은 추운 겨울 날씨. 올해는 히트텍 내복도 두 벌 사서 보냈으니 작년보다는 좀 낫겠지 하고 스스로 위로한다.

이런 내 마음의 변화를 깨달으면서 생각한 것이, 이것이 연습이구나 싶다. 언젠가는 별이를 아주 떠나보내게 될텐데 한번도 헤어져 있어보지 못한 채 갑자기 떠나보내게 되면 얼마나 허전하고 빼앗기는 듯한 섭섭함에 원망마저 하지 않을까, 지금이 연습 기간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걸음 나갔다가 다시 돌아오고 두 걸음 더 나가고 다시 돌아오고... 이러면 결혼을 시켜 아주 떠나보낼 때 내성이 생겨서 덜 힘들겠지.

고난이 사람을 성숙시키고 강하게 만든다는 말은 이런 경우에도 해당되는 모양이다. 별이도 나도 조금씩 강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