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도 집이 있을까?
요즘 드는 궁금증 하나.
사람은 집이 있고 여우도 굴이 있고 개미도, 벌도집이 있다.
사람들은더 좋은 집 갖기에 혈안이 될 정도로 집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 같고
동물들도여우굴이니 토끼굴이니 사자굴이니 하는 걸 보면 내 눈으로 목도한 것은 아니지만굴이 있는 것 같고
새는짚이나 나뭇가지, 진흙을 물어다가 튼튼하게 둥지를 짓고 그곳에 알을 낳는다는 것을 배워서 알고 있고
(그런데 참새도 둥지가 있을까? 비둘기는? 둥지가 없는 새도 있을까?)
벌집, 개미굴도 다 들어본 얘기니까 갸들도 집이 있는게 확실한데...
그렇담 매미는? 매미는 집이 있을까?
여기저기 날아다니다가 나무에 붙어서 시끄럽게 울어대는 매미는
그렇게 낮에 실컷 울다가 저녁이 되면 어디로 갈까?
아무 나무에나 울던 나무에 붙어서 밤을 지낼까 아니면 제 집이 있어서 제 집으로 갈까?
딱히 집이라고 하지 않더라도 이 나무 저 나무 여러 나무 중에 제가 거처하는 나무가 따로 있는걸까?
유월 말경에 이사를 와서 주택에 살게 된지 한달 하고도 열흘가량 되어간다.
이사온 후 언제부터인가 매미소리가 시끄럽게 아침을 깨웠다.
우리집에는 감나무가 있고 옆집에는 밤나무가 있는데우리집도 아닌 옆집 밤나무에서 매미가 시끄럽게 울어댄다.
새벽마다 매미가 울기시작하면 시끄러워서 할 수 없이 잠이 깨는데 잠에서 깨어나 시계를 보면 늘 5시 18분...
참 정확하게도 울어제낀다 생각하고 그 신기함을 다른 사람들에게 얘기까지 한 적도 있다.
내가 알기로 매미는 굼벵이로 땅 밑에서 7년을 살다가 매미가 되어 울어제끼는 기간이 길어야 보름이라고 들었다.
날마다 똑같은 시간에 울어제끼는 매미를 보면서 저 매미가 저 나무에 사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날아다니다가저 나무에 돌아와서 밤을 지낸다면
보름쯤 지나면 이 시끄러운 매미소리에서 벗어날 수 있을텐데... 하는 생각을 막연하게 했었는데
며칠 전, 휴가 때부터 매미가 울지를 않는다.
정말 매미도 제 집이, 혹은 거처하는 나무가 따로 있는걸까?
날아다니다가 밤에 쉬러 돌아오는걸까?
사람도 동물도 새도 곤충도 다 집이 있으니 매미도 집이 있는지도 몰라.
옆집 밤나무에 붙어서새벽마다 울어제껴 잠을 깨우던 매미가 수명을 다해서 돌아가셨을지도 몰라.
그래서 우리가 새벽에 들리는 시끄러운 매미소리에서 해방되었을지도 몰라.
정말 그렇다면 매미야 잘 가라.
시끄럽다고 미워해서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