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자식..
별이자식, 지금 술마시고 있다.
어제 사온 부추가 많아서남은 부추에 오늘은 오징어도 사다가 해물부추전을 만들었다.
먹고 남은 것도 꽤 많아서 저걸 언제 다 먹을까 생각했는데...
배고프다 하면서도 밥 차려준다는데 싫다 하더니
생각이 있었던 거다. 별이 자식..
"소주 한 잔 안마실래?" 하고 묻는다. 나쁜넘.
뭔 소주? 그랬더니 부추전이 있잖아 한다.
부추전에는 막걸리지. 하고 대답한 이유는 소주보다 막걸리가 도수가 낮기 때문이었다.
아빠 안마시니까 한 병만 사오라고, 엄마가 한 잔만 먹겠다고 했더니
나가서 막걸리 한 병을 사왔다.
구워놓았던 부추전을 몇 장 데워서 머그잔에 막걸리 한 잔 받았더니 별이 아빠가 마신다.
한잔 아빠가 마시고 나머지는 별이 넘이 마셨는데,
마시는 동안 샤워하고 나왔더니 부추전을 더 데워달라고 한다.
그러면서 술이 좀 모자란 듯, 엄마 한 잔 더 할래? 하고 묻는다.
참... 생전 마트에 나가는 심부름은 하지도 않던 놈이 술을 사러 또 나간단 말이지.
놈은 막걸리를 사오고 나는 부추전을 세 장 더 데웠다.
놈이 술이 과할까봐 별로 생각도 없는 막걸리를 한 잔 받아 마시고 이곳에 넋두리를 한다.
도대체 무엇이 술을 마시게 하는 걸까.
우리집 분위기는 술을 좋아하는 분위기도, 집에서 술을 마시는 분위기도 아닌데..
친구들과 만나서 술을 마시는 것은 이해가 가는데
집에서 혼자 술 생각을 하고 또 술을 사다가 마시는 것을 이해할 수가 없다.
술을 왜 마시는 걸까? 왜 술 생각이 날까?
술이 맛이 있을까? 술이 먹고 싶을까?
사회가 술 마시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분위기로 돌아가서일까.
아직 어린데 그런 식으로 술을 마셔도 될까.
어떻게 이제 대학교에 막 들어간 넘이 집에서 술 생각이 나고 술을 사다 마시는가 말이다.
나는 상상할 수 없는...
그넘의 시기를 나도 지나왔지만 그때는전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는데.
그냥 답답하고 한심하다.
하지말라고 하면 굳이 거역하지는 않았을텐데 나는 왜 그냥 용인하고 말았을까.
교제를 위해서 밖에서 술을 마시는 건 이해가 되는데
집에서 저렇게 술마시는 것은 왠지 인생의 대부분을 살아낸, 희망이 사라져가는 중년 이후의 모습인 듯해서
어린 놈이 그런 모습을 하고 앉아 있으니 참 한심하고 걱정스럽다.
아들넘에게 어떻게 말해줘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