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기에 너무나 아까운...
살면서 얼마나 많은 물건들을 사들이고 또 내다버리는지 모두 모아보자면 빌딩을 채우지 않을까 싶다.
여러 번 이사를 다니면서 사고 버리기를 숱하게 했지만
차마 버리지 못하는 물건들이 있었다.
하나는 아들넘이 유아시절에 사들였던 테이블과 의자 세트.
그 당시에 다른 테이블세트와는 달리 대 여섯배는 비싼 값을 치르고 샀는데
그걸 사기 위해서 아마도몇날 며칠을 고민했었을 것이다.
혼자 쓴 물건이라 얼마나 깨끗한지
테이블은 지금도 닦아서 내 놓으면 새것과 다를 바 없을 것인데
다만 의자는 다리 짧은 내가 여기저기 끌고 다니면서 디딤대로 사용해서 조금 지저분해졌다.
이번에 아들넘이 그걸 왜 안버리냐고 하기에 마당에 놓고 사용하려고 한다고 했더니 거기에 어떻게 앉겠느냐고 버리라 한다.
맞다. 그 테이블은 우리 가족중에 나만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이다.
그래도 차마 버리지 못하고 이번에도 끌고 이사를 왔다.
또 하나는 아들넘이 가지고 놀던봉제 인형들..
우리가 노원에서 당고개로 이사했을 때가 아들넘이 중학교3학년을 앞둔 시기였었는데
그때 그인형들을 버리지 말라 해서 가지고 이사를 했었다.
고등학교에 입학한 후에는 봉제인형과는 작별을 했겠지만
아마도 중학교 졸업할 때까지 그 인형들을 방안에 늘어놓고 놀았을 것이다.
그러다가 집안에 손님이 온다고 하면 제일 먼저 치우는 것이 그인형들.
아들넘은제가 그 인형을 가지고 놀기에는너무 커버렸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이고
그래서 부랴부랴 레고통에 그 인형들을 쓸어담아서 보일러실 밑에다 숨겨놓곤 했었다.
이번에 이사오면서 보일러실 밑에 숨겨져 있던인형들이 나왔는데어쩔까 물었더니너무나 당연하게 버리라고 한다.
그래도 그걸 차마 버리기 아쉬운 건 품안의 아들이너무나 커버렸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 같아서일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그냥 둘 수도 없고...
그중에 가장 버리기 아까운 넘을 사진으로라도 남겨놔야지 하고 찍어두었다.
핑크팬더..
아들넘이 제일 예쁠 때,
제법 잘 걷고 말이 능숙해질 때, 그러니까 서너 살 즈음에 사준 것 같다.
삼양동 사거리 선물의 집에 걸려있는 걸 보고 사달라고 해서 사줬는데
내 맘에도 예쁘고 아들넘 보기에도 예뻤던 듯.
가끔씩 목욕도 시켜주고
오래 가지고 놀다보니 낡아서 여기 저기가 터지는데 그러면 우리 시어머니가 다시 꿰매주곤 했었다.
엎어져 찍힌 사진에 보면 맨날 터진 부분이 또 터져 있다. ㅎㅎㅎ
차마 버릴 수 없을 것 같은 인형이었는데 대표로 핑크팬더 사진 두 장만 남겨두고 그냥 모두 버렸다.
아아, 그리운 아들의 유년시절이여...
남들이 볼 때는 너무나 하찮고 시덥잖은 물건에도
함께한 시간이 있다면, 추억이 있다면 그것은 버릴 수 없는 물건이 되고 만다.
그 물건을 보면서 그 시간을, 그 추억을 기억하는 거겠지.
그런 것처럼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수 많은 사람들,
스치며 지나가는 많은 사람들,
모두 비슷비슷하고 고만고만 하지만
그중에 내 친구들이 특별히 내 눈에 띄고 예쁘게 보이는 것은
함께한 시간과 추억이 있어서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