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일기

090625 - 병문안

little tree 2009. 6. 25. 10:24

2009. 6. 25 목 맑음

일기장 제목을 바꿨다. 담날쓰는일기로..

대부분 사무실에서글을 쓰기 때문에 일기를 보통 다음날 쓰게 되는 현실에 맞춰서 개명을...

어제, 병문안을 다녀왔다.

요즘 명칭에 대해 약간의 갈등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나 혼자는 뭐라고 부를까. 선배가 적당하겠다, 선배.

경희의 오빠였기 때문에 어릴적 경희와 이야기할 때부터 오빠라고 칭했었다.

막상 우리가 자주 만난 것은 결혼하고 난 즈음? 결혼전에도 가끔씩 봤을지도 모르지만..

그때는상황에 따라 오빠라고 불렀고 만나는 곳이 교회이다보니 집사님이라고 부르는 일이 더 많았는데

지금은 같은 교회에 속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오빠라고 부를 수도 없으니 선배가 제일 적당할 것 같다.

그러나 우리가 다음에 만났을 때는 아마도 명칭을 생략하거나 집사님이라고 부를 확률이 높다.

★이 아빠가 퇴근해 온 후 저녁을 간단히 먹고

집에서 8시가 훨씬 넘어서 의정부에 있는 한방병원으로 출발했다.

선배는 입원한지 일주일이 지났다고 한다.

아무도 오지 못하게 해서 문병온 사람이 없었다고, 우리가 처음이자 마지막 문병자라고 얘기한다.

자영일을 하다가 같은 업계의 선배밑에서 일하기로 한 것이 그다지 오래되지는 않았는데

일이 많이 바쁘고 스트레스가 심했다고 한다.

교회는 교회대로 새로 건축하는 문제, 교회 내부의 여러가지 행사문제로 바빠서 그곳에서도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하고.

거기에 본가의 문제까지.

경희는 방을 얻어 따로 독립시켜달라고 떼를 쓰고 있고 경혜는 병원에 입원해 있는 중이다.

정상적으로 살고 있는 네형제가 경제력없는 부모와 형제들, 건강하지 못한 네 명의가족을 부양해야 하니

요즘같은 불경기에 스트레스가 보통이 아니었을 것이다.

더우니까 업무상 바삐 돌아다니면서 차 창문을 열고 달렸고

여러 스트레스와 그 창문열고 바람맞은 것이 맞아떨어져서 구완와사가 왔다고 한다.

거기에 대상포진까지 함께 오니 너무 고통스럽고 힘들어서 우울증까지 왔다고.

아내의 한마디 한마디에 짜증을 있는대로 냈었는데

요즘 치료에 차도가 있어서불완전하지만 얼굴이 본래대로 돌아오니까 아픈 건 둘째고 좀 마음이 나아졌다고 한다.

그만하기 다행이라고 얘기해줬다.

일단 나아서 퇴원하게 되면 마음 편하게 먹고 일도 적당히, 운동도 좀 하고 식습관도 개선하라고..ㅎㅎ

정답은 누구나 다 아는데 그것이 그리 쉬운 거라면 누가 병원에 입원할까.

선배는 체중도 줄여야 하고 보기에도 건강에 문제가 많아 보였었다.

그래도 이번에 된통 혼났으니까 좀 조심하겠지.

지금 세상에서 살면서 고민하고 스트레스받는 대부분의 것들이돈 문제로 귀결되는데

마음만 상하고 거기에 따라 몸만 상하는거지 그 문제는 해결이 되지 않을 거라.

결국은 사는 거에 겁내지 말고 다른 가치를 찾는 방법밖에는 없는데.

그것은 도통하는 것과 상통하는 거라, 누가 과연 도통할 수 있겠는가...

우리 세대 남자들.

참 안됐다.

이번호 시사인에서 읽은 기사에 심하게 공감한다.

40대를 왕따당한 영혼의 노숙자들이라고 표현했다.

지독한 가부장제 아래에서 성장해 민주화 투쟁을 거치면서 머리로는 가부장제를 혐오하지만

실제로는 어떻게 해야 평등하고 조화로운 아버지가 될 수 있는지 막막한 세대..

술에 취하지 못하면 마음을 열지 못하는 자폐증과

경쟁 사회에서 살아남으려 기력을 너무 소모한 탈진 상태의 40대...

과도한 책임감과 가정에서의 소외, 동료들의 퇴직으로 마음에 상처받은

우리 세대의 남자들이 최소한 가정에서는 위로받을 수 있어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