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일기

090618 - 아들넘과 쇼핑 데이트, 그리고 깨달은 것

little tree 2009. 6. 19. 10:32

2009. 6. 19금 대체로 맑은날

긴바지 입고 운동화 신고다니는게 영 더워보여서 반바지와 샌들을 사주겠다고 말을 꺼내놓은지 한참이 지나서야

반바지와 쪼리를 사달라고, 사주면 입고 다니겠다고 했었다.

그러더니 어제 오후에 오겠다는 전화가 오고 5시 전에 사무실로 나왔다.

올해들어 제일 더운 날.

하던 일 중단하고 걸어서 명동 롯데백화점에 갔다.

제가 좋아하는 브랜드, 마네킹에 입혀놓은 반바지가 맘에 든다고 하는데 가격을 보니 265,000원.

디자인, 색상이 독특하면서도 얌전하긴 한데

세상에, 보통 시장에서 사는 바지 10장 값이 아닌가.

이런 바지를 사 입는 인생들도 있다는 말이지..

백화점에 올 때마다 이런 미친 소비문화가 기가막히면서도

내 수준을 가늠해보면서 한심해 하고 기죽기도 하는데 또 그런 내 모습을 한심해 하기도 한다.

다 돌아봐도 별 거 없다. 오히려 디자인은 시장물건이 더 다양한 듯하다.

★이는 얌전한 스타일의 옷을 찾는다. 그런 취향은 맘에 든다.

결국은 라코스떼에 가서 면과 마가 섞인 가볍고 시원해 보이는, 아주 평범한 디자인의 짧지 않은 반바지를 하나 샀다.

가격표를 보고 95,000원인 줄 알고 있었는데 생각지 않게 세일품목이어서 30%를 할인받았다. 내심 기뻤다.

그리고는 쪼리를 보러 갔는데..

사실 나도 살면서 여태까지쪼리를 사본 적도, 신어본 적도 없지만

여름에 남들 쪼리신고 다니는게 시원해 보이기도 하고 어떤 쪼리는 참 예쁘기도 해서,

또 내가 신어보지 못한 신발이니까 한번 사서 신어보고 싶은 마음이 늘 있었다.

그러면서도 그 천박해 보이는 신발을 어떻게 신고 다닐 수 있나 싶어 한 번도 사지 못했다.

어쩌면 발이 예쁘지 않아서 일지도 모르지만.

★이에게도 천박하고 불편한, 발가락도 아픈 신발을 어떻게 신느냐고 했는데

그래도 사겠다고 하더니 가서 신어보고는 사지 않겠다고 그냥 가자고 한다.

샌들을 사주겠다고, 시원하게 샌들을 신으라고 했더니 그것도 싫다고 해서 그냥 나왔다.

자식은 부모를 닮는게 확실하다.

그래서 자식에 대해 너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사겠다고 하면 사 주었을텐데 결국 저도천박하고 점잖지 못한 것은 싫은 모양이다.

생각해보니, 보통의 아이들도 한번쯤은 시도하는 머리 염색도 한 적이 없고

중학생도 뚫는 귀를 지금까지 뚫어본 적도 없으며

옷차림도 폴로티나 면티에 청바지, 면바지 종류. 신발도 늘 단정한 신발.

남과 싸운적도 없었고 문제를 일으켜서 학교에 불려간 적도 없었다.

그래, 너무 염려하지 말자. 지금까지 잘 자랐으니 앞으로도 잘 자랄 것이다.

옷을 사주면서 깨달은 바다. ^^

옷을산 후 그래도 모처럼 아들과의 데이트인데 맛있는 거 사주겠다고 했더니

중국식과 초밥, 두가지를 놓고 고민하다가 초밥을 먹자고 한다.

식당가 스시히로바에갔는데 ★이는 회전초밥집은 처음 오는 거라고 한다.

둘이 먹은 값이 33,600원이었는데

가만 보니★이 양껏 먹지를 못한 것 같다.

종류도 그게 그거라 딱히 더 먹고 싶은 것도 없었던 것 같고.

다음에는마리스꼬스나 무스꾸스 같은데를 한 번 데리고 가봐야겠다.

아, 그런데가 좋긴 한데 너무 비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