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 남북공동선언 9주년 기념강연에 다녀오다
어제저녁 성근이의 초대를 받아 6.15 9주년 기념세미나에 다녀왔다.
성근이 말로는 원래 900여 명이 참석하기로 한 행사였는데
시기적인, 정세적인 이유로 훨씬 많은 사람들이 참석하겠다고 해서 300여 명이 더 늘어났다고 한다.
얼핏 아침에 인터넷뉴스를 보니 천여명으로 나오던데...
그 덕분에 VVIP가 아닌 일반 시민측 인사들(평화 아카데미 수료생이 많았던 듯하다.)은
2층 국제회의장이 아닌 3층 연회실에서 대형 화면으로 시청했다.
직접 볼 수 있다는 기대를 갖고 갔기 때문에 조금은 섭섭했다.
처음 연락받기로는 7시라고 해서 경옥이, 정숙이와 만나서 가기로 했는데다시 6시부터라고 연락이 왔다.
행사를 보고 싶어서 고민을 하다가 내가 먼저 갈테니 둘이 만나서 같이 오면 좋겠다고 경옥이에게 얘기하고
그러라는 허락을 받아서 일찍 출발했다.
셔틀이든 택시든 환승할 생각으로 걷는 시간을 계산하지 않았었는데
내려서는 생각없이 걸어가서 도착하니 막 국민의례가 시작되고 있었고
회의장 입구에 서 있는 성근이를 만나 명패를 받고 3층으로 올라갔다.
한명숙, 박지원, 임*원(아, 생각이 안난다. 국정원장 하셨던 분..), 문정인 교수의 주제강연을 듣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원고없는 즉석연설을 들었다.
이제는 많이 노쇠해서 화면으로 보기에도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는데
원고없이 연설하는 것을 보며 역시 보통 분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연설 중 내 마음을 찌른 것은
정의롭고 평화로운 나라가 되려면 행동하는 양심이 되어야 한다고 하셨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라고..
노대통령 서거 후 500만명이 조문했는데 그 중 10분의 1만
이럴 수는 없다 나섰어도 노대통령은 죽지 않았을 거라고 하셨다.
역대 대통령들 중에 책을 읽고 공부하는 대통령은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뿐이지 않았을까 나는 생각한다.
끊임없이 책을 읽고 연구하고 생각하는, 날마다 진보하는철학자들...
정치, 경제도 사회, 문화도 모두 철학자들이 이끌어야 한다고생각한다.
아니, 내가, 우리 모두가 철학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바르게 판단하고 그 양심대로 행동하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매일매일 내 본성을 거슬러서 피곤한 길로, 힘든 길로 가야 할 것이다.
특히 이 시대의 크리스천들, 나와 같은 사람들은 한 손에는 성경과 한 손에는 신문을 들어야 할 것이다.
아아, 나는 배울 것이, 생각할 것이 너무나 많다.
(자리에 앉은 채로 찍을 수 밖에 없었던 사진. 그러니까 내 눈에 비친 모습이다.)
김대중 대통령의 연설이 끝나고
평화의 나무 합창단의 합창이 세 곡 이어졌다.
작년엔가? 홍수와 함께 이 합창단의 연주회를 본 기억이 있어서 반가웠다.
합창단원에 홍수 친구도 한 사람 있는데 만난 적이 있었지만 내가 얼굴 기억을 못하므로 찾아보지도 않았다.
합창을 하는 동안 식사가 왔다. 도시락이었다.
아, 테이블 위에는 이날 하루종일 카페에서 오디얘기만 했는데 오디주가 올려져 있었다.
오디주를 따서 친구들의 잔에 따르고 내 잔에도 따랐다.
식사를 시작하는 사이사이 건배제의가 있었는데 나는 건배제의에 따라서도 마시고 그냥도 마시고..^^
식사를 대충 끝낼 즈음에 성근이가 우리를 찾아왔다.
바쁘게 사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이런 행사가 일년에 네 번 정도 있는데 할 때마다 연락할테니 오라고 한다.
그러라고, 언제든지 연락하라고 했다. 특히 내 관심사라면 더 좋다고.
이 큰 행사를 지금까지 다섯번째 기획하고 진행했다는 성근이는 바쁜 시간이었을텐데도 불구하고
우리를 찾아와서 같이 이야기를 나누다가 자리를 떴다.
내가 성근이를 만난 건 세번째.
보내는 문자에 가끔씩 전화를 주긴 하지만 카페에도 거의 못들어오는 많이 바쁜 친구.
자주 만난 사이처럼 말소리가 부드럽고 다정하다. 아마도 천성이겠지.
생각하고 초청해준 것도 고맙고 바쁜중에 신경써준 것도 고맙다.
1층으로 내려와서 잡지 표지 앞에서 기념으로 사진을 찍었는데 잡지명은 제대로 나오지도 않았다. ^^
밥고 먹고 오디주도 마셨지만 수다의 시간이 필요하여
5호선 타고 오다가 종로3가역에 내려 차를 마시고
다같이 1호선을 타고 각자 집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