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주절

은미의 일기를 읽고...

little tree 2009. 6. 7. 23:13

은미의 오늘 일기에는

주변에서 은미에게 정치색을 드러내지 말라고 충고를 한다고 썼다.

은미는 그것이 옳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은 하지만자신은 그러기가 힘들어서 우울하다고 한다.

자기의 생각을 분명하게 표현하고 토론하기를 좋아하는 은미에게 그것은 커다란 억압일지도 모른다.

나는.. 나는 누가 내게 정치적인 발언을 하지 말라고 하는 경우는 없는데 남들과 정치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내 주변에는 나랑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별로 없고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 친구들은 나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자주 볼 수가 없다.

주변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언어가 통하지 않는 것처럼 답답하고 생각이 많이 다르다.

그래서 나는 은미와는 다르게 내 스스로 입을 닫아버리고 만다.

서로 토론을 하면서 깨우쳐 주기도 하고 나도 내가 알지 못했던, 생각지 못했던 새로운 시각을 배우기도 하면 좋겠지만

우선 내가 가진 지식이 일천하고 얕은데다가 표현도 잘 못하므로 남을 설득하기 힘들고

남이 나와 다른 것을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편협함이 내게 있기 때문에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이 쉽지 않다.

우리는 왜 대화하는 법을, 토론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을까.

우리의 문화가 그랬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고 내가 배우지 못해서이기도 하겠지.

사람들은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

오늘도 민 부부와 우리 가족, P가 함께 점심을 먹었는데

우리와 견해가 많이 다른 민 부부가 정치적인 이야기를 꺼낼까봐 두려웠다.

요즘은 가끔씩 보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 정치적인 이야기는 꺼내지 말았으면 하는 바램이 맘 속에 있다.

이것도 좋은 현상은 아닐 것이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공감도 하고 생각이 다른 부분은 같이 생각도 해보고

그러다가 끝까지 생각이 다르면 다른걸로 인정하면 되는데 그러기에는 내가 너무 부족하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내가공부를 아주 많이 해야 할 것 같다.

두루뭉실하게 알아서는 안되고 정확하게 알고 남에게 짚어서 설명을 할 수 있어야 하겠지.

그동안 머리아프고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는 이유로 생각하지 않고 살았었는데, 관심을 끄고 살았었는데

이제 다시 관심을 갖고 생각하고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가만히 있어도 잘 굴러갈 것이라 생각하고 귀찮고 피곤하니까 피했는데 그게 아닌거라.

내가, 내 작은 힘과 생각으로 관심을 갖고 참여를 해야한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된다.

그해, 1987년의 여름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