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주절

추억 속으로

little tree 2009. 6. 3. 09:52

오래 전부터 내겐 소중하게 여기는 작은 상자가 하나 있다.

그 상자 속에는 내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들을 담아 두었고

세월이 흐름에 따라 어떤 것들은 끄집어 내어 버려지고 어떤 것들은 새로이 넣어 두기도 했다.

이번에 책상정리를 하면서 한 구석에 모셔져 있던 이 상자를 풀어 오랜만에 추억속에 잠겨보았다.

학창시절 친구들에게 받았던 편지들과




빛바랜 편지봉투의 겉면에는 기억조차 아슴한 친구들의 이름도 적혀 있었다.

아, 내가 별로 친하지도 않았던 이런 친구들에게서 편지를 받은 적이 있었나 싶고

내용을 다시 하나하나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참 소중하고 귀한 것들이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했다.

미경이에게 온 엽서도 있었네..

지금도 미경이의 필체는 저렇게 생겼는데 내 필체는 변한 걸까, 변하지 않은 걸까.

학창시절 귀하게 여기며 사용했던 만년필,

가난했던 우리 부모님은 저런 파카 만년필을 절대로 사 주실 형편이 못되었고

설계가 직업이신 가운데 작은아빠가 중동으로 몇 번 파견나가신 적이 있었는데

그때이 예쁜^^;; 맏조카를 생각해서 하나 사다가 선물로 주신 거였다.

저것을 받아들고 얼마나 기뻤는지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

중학교를 졸업할 즈음 그 당시에 유행하던 앙케이트 노트들과,

우리 세대들이 대부분 비슷하지 않을까?

중학교 3학년 가을이 지나면서부터 앙케이트조사라는 이름으로 노트를 돌렸다.

몇 가지 질문을 노트 앞 쪽에 적어놓으면

친구들이 돌아가면서 펼침면으로 한면씩 그 질문에 대한 생각을 적어주던가 아니면 시나 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적어주었다.

지금의 롤링 페이퍼 같은 것을 그때는 노트에 했던 것 같다.

저런 앙케이트 노트가 세 권이 있다.

사진에 있는 단풍잎은 그 당시 학교에서 주워서 노트 갈피에 넣어둔 것이다.

그렇다면 적어도 30년이 된 단풍잎이네.

저런 나뭇잎이 노트 속에아직도 남아 있다.^^

결혼하던 날 받았던 축하카드들,

모두 결혼축하카드인데 Thank You는 뭐꼬? ㅎㅎ

같은 직장에서 만나 결혼을 했기 때문에 같은 부서에 근무하던 직원들이

커다란 카드 하나에 한마디씩 축하의 글을 적어준 것도 있었다.

아, 직장에서 만난 사람들은 이제 이름도 가물가물해~

제주도 신혼여행 항공권..ㅎㅎ

이런 게 아직도 남아있을 줄은 몰랐다.

내가 결혼할 때는 제주도, 관광버스 투어가 대세였다.

그렇지만 단체행동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는 택시투어로 다녀왔는데

셋이 다니는 그 뻘쭘함이라니... ㅎㅎ

거기에 아들넘이 어릴 때 썼던 일기장들까지.





자식보다 더 귀한 게 있을까.

그 자식이 쓰던 배냇저고리, 천기저귀, 손싸개, 발싸개,

자식이 쓴 첫 편지, 처음 만들어 달아주는 카네이션, 그리고 처음 일기들...

아, 다음넷으로 온 첫 이메일을 나는 지금도 간직하고 있다.

상자 안에는 끝까지 다 쓰지 못한 일기장이 예닐곱 권이 들어 있었다.

일기를 넘겨보면서 우리 아들넘이 축구를 좋아한 것이 아주 일찍부터였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았다. ㅠㅠ

나는 보석상자는 커녕 악세사리상자 하나 가지고 있지 않지만

그 어떤 상자도 내가 간직하고 있는 이 상자보다 더 귀한 것은 아마 없을 것이다.

앞으로도 이 상자에 더 많은 이야기가 담겨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