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0216~090222 - 지현, 추기경, 별이입학, 가디건, 정모
090217 차갑고 맑은날
이 삼일째 춥다. 어제 팔이 시렵기에 티셔츠를 두 개 껴입었더니 팔놀림이 좀 둔하다.
이따가 괜찮아지면 하나 벗어야겠다.
요즘 계속 걷기를 못하고 있다. 걷기를 못하니 생각할 시간도 없다.
바쁘다는 핑계대지말고 걷기를 해야 할텐데.. 아무 생각도 안하니 잡문 하나 올릴 수가 없다.
걷자, 생각하자, 쉬지말고 생각하자.
오후에 민이 근처에서 점심먹었다고 들러서 차 한잔 마시고 갔다.
별이 어디 결정되었냐고 묻기에대답해줬다.
지현이는 경희대에서 연락이 왔는데 등록하고 재수하라는 제 엄마 말에
어차피 재수할 건데 간절한 맘으로 대기하고 있는 사람 생각해서라도 안하겠다고 했단다.
지현이의 사려깊음에 내가 속으로 놀랐다.
가만히 보면 정말 내 자식도 그렇고 남의 자식도 그렇고 확실히 부모보다 낫다.
그래서 역사가 발전하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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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219목날씨가 조금 풀렸다, 맑음.
김수환 추기경 선종 후 마지막 모습을 보려는 사람들로 명동 퇴계로가 막힌다는 뉴스가 시간시간 흘러나왔다.
아, 나도 바쁘지 않으면 가까운데 한 번 마지막 모습 뵈러 갈 거를..
이건 아마도 바쁘니까 생각하는 것이고 정말 한가하다고 해도 갔을지 의문이다.
간다고 바로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 최소한 두 세 시간은 기다려야 하는가 보던데..
왜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까.
사람이 많아서 10초 이상 지체하지 말라고 한다는데 10초 보기위해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몰려드는 걸까.
갑자기 날씨도 추워져서 기다리는 시간이 괴로울텐데.
전부다 가톨릭 신자들일까? 아닐 것 같다.
아마도 이 시대의 양심을 잃었기 때문에, 안타까운 마음에서 찾는 것 같다.
위에서 아래까지 모두 거짓말만 하는 세상에서 정직하고 고요한 분 잃으니까
아마도 깨끗한 무언가를 잃어버린 안타까움에 사람들이 몰려드는 것 같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 작은 불빛 하나 있었는데 그거 꺼진 듯한 느낌,
사람들은 그런 느낌을 받는 게 아닐까, 내가 그렇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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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220 금 눈온 후 갬
어제, 은미 위키에서 서평을 읽고 혹해서는 잊어버릴까봐 메모까지 해가며 책을 주문했다.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남들이 서평 쓴 걸 볼 때마다, 신문에 나오는 서평을 읽을 때마다 읽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만
그냥 지나칠 때가 대부분이었다. 영화도 그렇고..
어제는 바로 인터넷으로 주문을 했기 때문에 오늘쯤 책이 도착할 거고
요즘 읽을 책도 없었는데 읽어야지. 내용이 기대가 된다.^^
오늘은 별이 입학식날.
날씨가 추운게 입학식하기에 좀 춥겠다.
학교 레벨이야 어찌되었든 어디에서든지 자기의 최선을 다하면 되는 것이지.
별이가 빨리 이 진리를 깨달았으면 좋겠다.
요즘 바빠서 이야기할 시간도 없고 내 생각을 말로 표현하는 것이 어려워서
뭔가 좋은 이야기를 해 주고 싶은데 못하고 있다.
대학생활은 명랑하고 즐겁게, 교수도, 선배도, 친구들과도 잘 사귀면서
진로도 생각해서 잘 정하고 열심히 공부하고 열심히 살았으면 좋겠다.
아, 오늘은 일도 대기해야 하고 입학식에도 가야 하고 사무실 청소도 좀 해야 하는데..
일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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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입학식에 다녀왔다.
엄청나게 추운데 학교는 산 꼭대기, 거기에 큰 건물 사잇길은 완전 바람이 지나가는 길이었다.
한 시간 정도 있는 동안 땡땡 얼었는데 별이는 얼마나 추웠을까.
그런데 저녁이 되도 밤이 되도 연락도 없고 전화를 해도 문자를 보내도 답이 없다.
이놈이 노래방에서 놀고 있는 걸까? 그렇다면 다행인데
멋모르고 선배들이 주는 술 넙죽넙죽 받아먹다가 이 추운날 어느 길목에 쓰러져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온통 신경이 곤두선다. 다시 문자를 보냈다. 걱정하지 않게 연락이라도 하라고..
답문자가 왔다. 12시쯤에 들어가겠다고..
아이고, 자식은 그래서 부모맘을 모른다고 하나보다.
살아있었구나. 흑흑.. 12시만 넘기지 말아다오 하고 문자를 보냈다.
다행이다.
갑자기 친구가 술 잘먹는 남편이 길에서 얼어죽을까봐 걱정했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갔다.
내일은 새벽에 조찬기도회에 가야 하는데,
고려대 총장 인사말이 안와서 출근도 해야 하고..
아, 사우나도 오랜만에 하고 싶다. 친구들 만나는데 요즘일 스트레스 때문에 꾀죄죄한 모습으로 나가기는 싫은데..
날도 춥고.. 아, 왜 내가 잡는 날마다 이모양이냐. 내 성질이 그렇게 더럽나? ㅠㅠ
지금 주방에 할 일이 산더미인데 오늘은 귀찮고 쉬고만 싶다.
빨리설겆이라도 해놓고 쉬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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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221 토요일 날씨 맑음
어제, 하나로마트에 장보러갔다가 한쪽 코너 옷 파는 곳에서 가디건을 하나 샀다.
색상, 크림슨색..
아, 이 색은 나와 오랜 세월동안 함께 했던, 그리고 지금도, 앞으로도 함께 할 색.
한 때는 이 색이 정말로 지겨웠었다. 꼴도 보기 싫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 색이 좋아지더니 지금, 내가 아주좋아하는 색이 되었다.
자꾸보면 정든다는 말이 이럴 때 해당하는거겠지. (자꾸 보는 정도가 아니지만.^^)
왜 입어볼 생각을 안했을까.
오늘 아침에 입어보니 옷이 좀 큰 것 같다. 원사이즈라고 해서 샀는데..
뭐, 꽉 끼는 것보다 나을래나? 입어보고 정 커서 미우면 엄마 주지 뭐.
어제 또 주문한 책도 왔다.
은미 위키에서는 그냥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인 것 같더니만
내가 슬슬 읽기에는 조금 부담이 된다. 정독을 해야 할 듯..-.-
페이지도 좀 많고..(360쪽) 그래도 제대로 읽어보고 싶다.
이제 출근해야지.
집에서는 바깥이 추운지 어쩐지 모르겠는데, 아니 예보처럼 추운 것 같지 않은데 모르지, 나가보면 어떨지.
제발 바람도 불지 말고 추워지지 말기를. 모처럼 친구들 모이는 날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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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좀 넘어서 일은 다행히 끝이 났고 일이 끝나자 곧 경옥이가 도착했으며 이어서 선희 성호 진수가 도착해서
사무실에서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좀 떨었다.
원성이가 오지 못한다는 전화를 해줬고 우리는 약속장소로 옮겼다.
성호와 2차 갈 곳을 둘러보고 케익을 하나 샀다.
오기로 한 친구들 중에 원성이 병이 남희 정숙이 영식이가 못나오고 생각보다 한 두명 적은 13명이 모였다.
식당에서 술과 고기, 케익을 자르고 2차에 노래클럽에 가서 놀았다.
10시 좀 넘어서 끝났고 당고개에 내렸을 때는 11시정도 였다.
일찍 만나니 일찍 헤어져서 좋긴 한데 일 때문에 늦게 오는 친구는 계속 밥을 제대로 못먹게 된다.
나는 소주를 세 잔 쯤 마셨는데 집에 돌아오니 배가 고팠다. 참고 잤지만..^^
의석이가 정말 살이 많이 빠져서 나왔고 오랫만에 나온 상경이, 입담은 여전했다.
처음 나온 창일이는 182에 100키로의 거구였는데 운동을 좋아하고 내내 운동을 했다고 한다.
먹고 노래하는 것 말고 좀 더 재밌는 게 없을까?
체격큰 애들이 술이 취하니까 좀 겁이 났다. 넘어지면 와장창~ 할 것 같아서.
술 안마시고 아니 안되면 조금만 마시고 대화, 혹은 수다로 시간을 보내면 더 좋을텐데..
모임을 기다렸고 만나서 즐겁긴 했으되 내 마음이 좀 식는 것 같다.
아아, 나는 적게 먹고 대화, 혹은 수다로 시간을 보내고 싶다.
하기야 정기모임은 인원이 많아서 그게 좀 어렵긴 하지만..
음.. 뭔가 좋은 방법을 연구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