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주절

제 얼굴에 침뱉기 2

little tree 2009. 2. 12. 15:58

20090119

제 얼굴에 침뱉기 라는 글에 대한 친구들의 조언을 하나하나 보면서

뭔가 얘기를 더 해야 할 것 같았는데 바쁘기도 하고 쉽게 말이 나오지 않아서 못했다.

한참 지나긴 했지만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 본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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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를, 가족을 안보고 지낸다는 얘기는 창피한 얘기다.


그래서 그런 말을 스스로 할 때는 제 얼굴에 침뱉기가 되는 거지.

형제를 안보고 지낼 수 있는가 하고 물으면


그렇게 지내봤으니 그럴 수 있다고 대답할 수 있다.

87년 5월에 결혼하고 두어 달 지나서부터 시어머니가 우리 집으로 왔다.


신혼도 없고 우리만의 공간도 없는 참 멋없는 세월이었고


그냥 다같이 사는 공간이었을 뿐 내 돈 보태서 산 내 집이 아늑하지도 따뜻하지도 않았다.

우리의 신혼은 결혼한지 10년도 훨씬 지난 사람들처럼 무덤덤하게 흘러갔고


시작이 그러다 보니 지금까지 그런 식으로 살아오게 되었다.


아기가 없는 만 3년 이상의 세월이 쓸쓸하기까지 했으니까.

그때는 시어머니와 함께 사는 것이 불편했고 시어머니를 우리에게 미뤄버린 형이 미웠다.


그랬는데 현실을 받아들이고 세월이 흐르면서 형에 대한 미움은 아주 조금씩 서서히 옅어져갔다.


그러다가 시어머니가 돌아간 후에는 모두 다 잊어버렸다.

그리고 세월은 흘렀는데


일, 이년 전부터는 이렇게 사는 게 잘하는 짓인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나이가 먹어서였을까.


왠지 남편이 외롭고 쓸쓸해 보일 때


혹시라도 남편 맘 깊은 곳에 아쉬운 맘이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떠보면 형제에 대해 관심이 없는 것 같기도 하고.


사랑도 관심도 없어지고 그래서 미움도 사라져버린...

그렇게 살았는데 다시 왕래를 한 이유는


그동안 연락없이 잘 살다가 아들 결혼시킨다고 연락이 왔는데


우리가 딱 거절할 만큼의 감정이(미움이, 관심이) 남아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가끔씩 큰 일에 다니는 걸로 제 얼굴에 침 뱉는 창피한 꼴은 면해볼까 생각되었는지도 모르고...

만나보니 우리 뜻과는 다르게 적극적으로 만나고 관계를 이어나가기 원하는 거라.


불편하게 서먹서먹하게라도 가끔씩 보는 것으로 시작해서 세월이 길어지면

다시 관계가 나아질 수는 있을지 모르지만 (피는 진하다니까)


이런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관계개선은 우리 부부 성격상 어렵다.

지금은 미움도 아쉬움도 없고 안봐도 살고 본다고 못살 것도 없다.


그렇지만 형측이 원하는 대로는 어렵다. 거부감이 밀려오니까.


가까이 다가서면 다가설수록 우리는 아마 안으로 숨어버릴 것이다.

형제 있어야 소용없다는 남편 뜻에 따라 아이를 하나밖에 낳지 않아


아이에게 형제간에 의좋게 지내야 한다는 말!! 안해도 되어서 아주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