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뿔났다 090105
금요일 밤에 경옥이를 만났다. 진수와 함께.
맛있는 저녁 얻어먹고 늦게 들어오면서 동네 마트에서 삼겹살과 남편이 좋아하는 양미리 한 꾸러미를 샀다.
토요일 아침 빨래해 널고 쌀만 씻어놓고 산행길을 나섰다.
두 남자는 그때까지 꿈나라.
아마도 늦잠자고 일어나 청소하고 밥해서
P를 불러서 삼겹살파티를 하겠지.
기름투성이 설겆이까지 끝내놓으면 내가 가서 저녁을 해먹어야지.
생각했는데..
인생이 어디 생각대로, 계획대로만 흘러가더냐.
친구들과 재밌께 놀다 늦게 집에 들어가니 집안은 모두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고
남편 혼자 인터넷 바둑을 두고 있다.
아들은 당구치러 나갔다고 없고...
둘러보니 냉장고에 뒹굴고 있던 호박과 조기어묵으로 전을 부쳐놓고
전날 내가 사다놓은 양미리, 다듬어서 조려 놓았다.
그러니까 하루종일 청소하고 점심해먹고 치우고 저녁해먹고 치우면서
사이사이에 전도 부치고 양미리도 졸여놓았다는 얘기지.
산에 간다던마눌은 밤이 깊어도 돌아오지 않고...
내가 생각해도 뿔날만 하지.
전화에 화를 냈으니 더 말은 않고 입이 댓발은 나와서 뿌루퉁해 있다.
머, 죄지은 내가 꼬랑지를 내려야지.
뿌루퉁하거나 말거나 이것 저것 묻고 얘기하면 예, 아니오 간단한 대답만 한다.^^;;
알고 보니 내가 늦은 것 말고도
남편 회사에서 필요한 스티커를 내가 만들어 가져왔는데
자기가 원한 색상이 아니라고 더 화가 난거다. 흥!!
아주 까다롭다니까.
본인이 색상 퍼센티지까지 정해줘놓고 뭔 딴소리?
이부분 내가 좀 억울하지만 그쯤에서 끝냈다.
긁어봐야 좋을 거 없을테니...
그래서 일요일 저녁까지 꼬랑지를 내리고 살았다는 슬픈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