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넘의 축구 사랑
나를 닮지 않아서 아들 넘은 다행히 운동신경이 발달한 듯하다.
초등 저학년 때는 골프를 배우고 싶어했고 (못 가르쳤고 안 가르쳤다.) 초등 3~4학년 때는 볼링을 배웠고 초등 고학년 때는 농구와 축구를 배우면서 축구선수로 키워달라고 했었다.
나는, 내 생각은 운동보다 공부가 쉽다고 생각했고 아들 넘 운동 실력이 선수로 키울 정도는 아닐 거라고 생각했으며 자칫 잘못하면 다칠 수도 있다는 점과 심심찮게 운동 뒷바라지의 어려움에 대해 들어왔기 때문에 추호도 운동을 시킬 생각이 없었다.
고등학교 들어와서 목표를 세우지 못하는 넘을 보고 저 좋은 것을 시키는 것도 괜찮겠다 싶어서 체육, 사회체육을 전공하거나 체육교사가 되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잠시 했었지만 체육대학의 폭력상이 세상에 떠들썩하게 알려진 후 다시 내 생각의 꼬랑지를 감췄다.
아들의 공부를 제일 많이 방해하는 것은 축구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고 3은 축구를 좀 멀리하고 공부하는구나 생각했는데 (멀리할 수 밖에 없는 게 축구는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니므로..) 이번에 수능을 끝내고 학교와 독서실 짐을 모두 집으로 끌고 와 제 방에 부려놓은 것을 보니 축구경기장 입장권이 많이 나온다. -.- 축구를 하지는 못했지만 경기장은 가끔씩 드나들었다는 거다. 내가 속은 것이지..
어제도 아침 새벽에 일어나서 교회에 다녀온 후(축구보러 가기 위해 새벽같이 일어났다는..) 집에서 9시 30분이 되어 수원 경기장으로 출발했다. 경기는 2시라는데 일찍부터 가서 좋은 자리에 앉겠다는 건가? 날도 춥고 밖에서 덜덜 떨 생각하면 감기걸릴까봐 걱정이 되었지만 뭐, 시켜서 하는 일도 아니고 저 좋아서 하는 일. 누가 말릴까 싶어 무릎담요만 한 장 들려 보냈다.
아들넘 축구 유니폼
이 정도면 선수인 태경이 아들 유니폼만큼 되는 거 아닐까? ㅎㅎ
빨래를 개어 정리하면서 사진을 한 장 찍으면서 보니 삼성 축구유니폼 파랑색이 두 장이 없다. 가지고 가서 경기장에서 입고 응원하겠다는 거겠지, 추운 날에.. 생각난 김에 아들 넘 책꽂이를 보니 피버비치 책 나는 왜 축구와 사랑에 빠졌는가, 축구의 역사, 축구는 어떻게 세계를 지배했는가, 축구의 사회학 등 축구 책이 꽤 많다.-.- 몇 년 전에 고등학생이 축구 책을 한 권 낸 적이 있는데 그걸 읽더니 그 정도는 자기도 내겠다나? 남이 쓴 거 보니 쉽지? ㅎㅎ
아들 넘이 가고 싶은 나라는 영국이다. 이유는 단지 축구보러.. ㅎㅎ 전에는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상대도 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가겠다고 하면 보낼 생각이다. 모르겠다. 제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산다면 행복하겠지. 그리고 뜻을 끝까지 굽히지 않는다면 제 하고 싶은 일 할 수 있겠지.
얼마 전 한미 FTA 이후의 ~ 책을 읽으면서 아들한테 아들이 할 수 있을 만한 직업을 보여준 적이 있는데 그것이 자극이 되었는지, 아니면 원래 제 생각이 그랬는지 모르지만 며칠 전부터 영어학원에 다녀야겠다고 한다. 고등학교 졸업하면 사교육 끝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단 말이지. -.-
어쨌든 아들이 사랑하는 축구, 그것을 통해서 더 넓은 세상을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