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외롭다
가을은 외롭다. 외로워서 친구 생각도 나고 따뜻함이 그립고...
일주일 전 영표에게 연락이 왔을 때 자주 있는 일이 아니라 왠일? 하고 생각하면서도 그냥 그런가부다 했는데 어제 만나보니 내게 연락할 그 때 그 친구는 가을앓이를 했던 모양이다. 쓸쓸하고 우울해서 힘들었는데 와중에 내 생각이 나더라나. 둘이 만난 적도 없고 따뜻한 얘기 나눈 기억도 별로 없는데 왜 하필 내 생각이 났을까? '그럼 나한테 오지 그랬어' 하고 말했지만 그때 오지 않았기 때문에 어제 여러 친구들이 함께 만나 오랜만에 함께 먹고 이야기를 나누게 된 것이지. 나이가 들어가면서 남녀의 구분이 없어지고 이해와 공감이 더 깊어진다.
원래는 가까운 장충동에서 만나 족발이나 뜯으려 했었는데 바쁜 성복이가 제 사업장으로 오라고, 장어를 사겠다고 해서 그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나는 성격이 이상한지 약속이 취소되거나 장소가 변경되거나 그러는게 유난히 싫다. 거리가 먼 것도 있었는지 모르겠는데 일단 약속 장소가 바뀐 것이 맘에 안들었고 한 번 가본 성복이의 사업장이 너무 멀었다는 기억에 가고 올 일이 까마득해서 살짝 심통이 났는데 그래도 그리로 가기를 잘했다. 안그랬으면 성복이는 볼 수 없었을테니. 사실, 성수까지만 내가 간 거고 거기부터 집에 올 때까지는 영표 덕을 봤으니 그럴 것도 없었는데..
성수역으로 가서 영표 차를 타고 가는 1시간 30분, 함께 저녁 먹고 차 마시고 다시 돌아오는 차안에서의 대화.. 따뜻한 시간이었다. 성복이는 살은 좀 붙었는데 많이 힘들어 보였다. 자기 사업하는 것이 쉽지 않겠지. 우리가 거기서 출발한 10시가 넘은 시간에도 직원은 일을 하고 있었다. 바쁘다면서도 어렵다는 걸 보면 바쁜 만큼 보상이 되지 않는 모양인지... 그래도 아내에게 바깥 일을 시키지 않으니 성복이는 능력자라. 부러워.. 하하.
돌아오는 길은 내부를 타고 정릉에 인선이를 내려주고 우리집으로 왔는데 차가 막히지 않아서 훨씬 빨랐고 덕분에 편하게 다녀왔다. 일년만에 친구들을 만났는데 오랜 친구라 그런지 본지 얼마 된 거 같지도 않았고 왠지 앞으로는 더 자주 만나게 될 것 같은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