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주절

키 작은 거에 대한 불만은 없다, 하지만..

little tree 2008. 9. 23. 15:23

초등학교 시절, 운동장에 나가 줄 설 때는 늘 맨 앞이나 바로 뒤, 맨 앞과 가까운 곳에 서곤 했다. 중고등학교 때도 학급에 앉을 때 두 번째나 세 번째 줄 안쪽에 앉았다. 작은, 중간, 큰으로 나눌 때 늘 '작은'에 속한 키였지만 별 불만은 없었다. 가만히 보면 키 큰 친구들은 힘들거나 어려운 심부름도 많이 시키고 또 야단맞는 것도 보면 큰애들이 야단을 맞는 것 같았으니까. 작은게 아담하다고 생각하면서 살았다. ㅎㅎ

작은 편인 남자를 만나 결혼할 때도 키작은 게 큰 결점이라 생각하지 않았는데 몇 년 후 아들을 낳고 보니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우리 둘 다 작은데 아들도 키가 안 크면 어쩌나. 키 작은 거 용서 안 되는 시대에 살고 있잖아. 돌이 막 지나 사람 꼴을 갖추고 아장거리며 걷는 모습을 보면서부터 저놈이 키가 크려나 안 크려나 늘 신경이 쓰였는데 살이 없이 가늘가늘 길쭘하게 크는 거 보면서 사람들이 키 클거라고 희망을 주었다.

잘 안먹는 걸로 속썩이던 이놈이 중학교 2학년 때부터 갑자기 뭐든지 잘 먹더니 키가 쑤욱 커버렸다. 불과 몇 달 사이에. 주위 사람들이 다 놀라고.@@ 무얼 먹여서 키웠느냐고 하면서 우리보고 성공했다고 놀렸다. 그때 참 기뻤다. ^^ 과민성 대장증상으로 경희의료원에 갔을 때도 의사가 아빠 키를 묻더니 "성공했네요" 하면서 웃더라..ㅠㅠ 지금 178, 9정도.

우리 키에 비하면 성공했지만 3∼5센치 더 자라줬으면 하고 욕심이 생긴다. 그래서 다시 키에 대한 스트레스는 사라졌는데.. 언제부터인가 버스의 의자높이가 요즘 아이들에 맞춰서 높아지고 지하철 의자도 전보다 높아졌다. 난 주로 지하철을 이용하고 집에서 나갈 때는 우리집이 종착역이라 앉아서 갈 수밖에 없는데 어떤 의자는 많이 높아서 발이 땅에 안닿는거라..-.- 덜렁 들리지는 않지만 발바닥이 땅바닥에 털썩 닿아야 편한데.. 그런 상태로 한참 타고 가면 무릎이 아프다. 게다가 난 늘 운동화 아니면 스니커즈 차림, 신발 덕도 볼 수 없고.. 갈수록 의자가 높은 전철이 많아져서 지난 겨울에는 할 수 없이 통굽구두를 샀는데 무릎도 안아프고 편하고 좋았다.

겨울은 그랬지만 다른 계절은? 출퇴근하면서 걷기로 운동도 하는데.. 음.. 그러지 말고 이제 나이도 있는데 정장, 적어도 세미정장 스타일로 바꾸고 하이힐 내지는 구두를 신어보자.. 하고 구두와 정장류 옷을 장만해서(스타일을 바꾸려니 돈이 많이 들더라 -.-;;) 출퇴근만 하고 운동은 퇴근 후 당고개 공원에서 하기로 맘 먹었다.

그렇게 한 계절이나 다녔을까? 도저히 복장이 편치 않아서 못살겠는 거라, 다시 원위치로 돌아왔다. 운동화에 점퍼, 바지.. 나이에 따라 옷도 입어줘야 한다는데 그게 제일 어렵다. 복장이 편하니 만사가 편하긴 한데 지하철 안에서만은 불편하다. 이건 순전히 키가 작은 탓이다.

키작은데 대한 불만은 없다. 그런데 키작으니 불편하다. 아니 아프다.. 키 큰 친구들은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