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의 생활사
모레가 선희 생일이라 그저께 인터파크에서 책 "숲의 생활사"를 한 권 선물로 보냈다.
아마도 오늘쯤 그 책을 선희가 받게 되겠지.
그 책을 받기 전, 혹은 받은 후에 까페에 들어왔는데 자기만 아는 글이 있다면 기쁠 것 같아서
글 하나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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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고 친절하게 쓴 글은 읽으면서 편안하고 기분도 좋아진다.
그런 글을 쓰는 사람은 필시 겸손하고 따뜻한 사람이리라.
학문을 연구하는 사람이 자기의 전문분야에 대해 누구라도 편히 읽을 수 있게 쉬운 글을 쓴다면
얼마나 반갑고 고마우랴.
벌써 오랜 세월이 흘렀는데 - 아마도 2000년 쯤이지 않을까 -
"식물은 왜 바흐를 좋아할까"를 읽은 적이 있다.
별 관심도 없던 자연이, 숲이, 나무가 내게로 깊숙히 들어오는 계기가 되었다.
이 책은 내가 서너번은 족히 읽었던 걸로 기억하고 있는데
아쉽게 절판된지 오래라 누군가에게 사서 선물하고 싶어도 구할 수가 없다.
책을 쓴 이는 차윤정이라고 서울대를 졸업하고
서울대 대학원에서 산림환경학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이다.
나이도 우리랑 비슷한 걸로 내가 기억하는데 글을 참 읽기 편하게 쓰면서도 가볍지 않다.
그 책 외에도 신갈나무 투쟁기, 우리 숲 산책, 숲의 생활사 등
비슷비슷한 책이 여러권 나와 있다.
아마 그래서 "식물은 왜 바흐를.."을 재출간하지 않는 모양이다.
덥다, 춥다, 아프다, 힘들다, 죽겠다..
사람들은 짦은 생을 살면서 호들갑을 떨어대지만
자연은 묵묵히 어떤 상황 속에서도 제 갈길을 간다, 제 할 일을 한다.
단지 땅 속의 물과 햇볕만으로 잎을 돋우고 꽃을 피워내고 열매를 맺는다.
게다가 그 만들어내는 것들은 얼마나 향기롭고 아름다운가.
그 책들 읽고 - 나는 식물은 왜 바흐를.. 과 숲의 생활사, 신갈나무 투쟁기를 읽었다 -
나는 나무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주지 못하는게,
꽃 이름, 풀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서 아는체 해주지 못하는게 미안해졌다.
이름은 불러주지 못하지만 숲에 들어가면 나무를 만나면 관심의 눈으로 바라보고
참 기특하구나... 맘 속으로 이야기한다.
요즘, 여름처럼 한 낮은 덥지만 나무의 잎 끝은 벌써부터 말라가기 시작했다.
적당한 때에 예쁜 단풍으로 물들일거고 또 잎을 모두 떨구어서
제욕심만 차리는 사람과는 달리 다같이 양분을 나눠갖겠지.
그리고 또 다시 싹을 틔울 기대를 갖고 추위를 견디어 낼 것이다.
아, 나도 숲처럼 나무처럼 그렇게 살고 싶다. 닮고 싶다.
봄에는 생명의 기지개를 켜고
여름에는 치열하게 생의 의지를 불태우며
가을에는 결실하되 내어놓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겨울에는 새 봄을 꿈꾸며 시련 속에 우뚝 서는
그런 나무들처럼, 자연처럼...
친구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