醉中酒談
삼계탕에 인삼주 두 잔을 마시고 알딸딸한 김에 술 이야기 한 번 해 볼란다~
대 여섯 살 무렵 시골 할머니 댁 살강에 있던 막걸리 주전자 꼭지에 입대고 막걸리 마신 게 처음이었다. 어찌나 맛이 있던지, 잊혀지지 않는다.
고등학교 2, 3학년쯤이었던 어느날 같이 살던 막내삼촌이 퇴근하면서 캔맥주를 한아름 사와서는 하나 마시라고 따 주셨다. 처음 맛본 맥주 맛은 영∼ 별로더라, 막걸리처럼 맛있는게 아니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면서 직장 상사, 선배들 따라다니면서 골고루 마셔보았는데 마셔도 별 맛도 모르겠고 취하는 것도 모르겠더라. 말 술 집안의 장녀라서였을까? ㅎㅎㅎ
내 기억에는 아빠가 술 드시는 걸 본 적은 없지만 (안드신다) 아빠 형제들이 모두 한 술 하시고 내 동생들도 술이 센 편이다. 뭐, 피를 못 속이니 나도 그렇겠지만..
남편은 결혼 전에 담배는 피웠어도 술은 안 마셨는데 나랑 만나면서 다닌 생맥주 집에서 조금씩 배우더니 나중에는 소주 두 병은 마셨다. 남편 술 가르친 어진 아내 나 말고 또 없을 듯∼ 지금은 담배끊은 지 17년, 술 끊은 지도 벌써 4, 5년이 된 것 같다.
내가 마셨던 술은 소주는 써서 넘기기가 힘드니 주로 맥주, 가끔씩 막걸리, 동동주^^ 먹다보니 맥주는 배부르고 막걸리는 냄새나고..-.- 그래서 청하를 마시다가 백세주가 나오면서 백세주를 마셨고 산사춘이 나온 후로는 산사춘으로 바꿨다.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친구들과 집에서 모이는 경우에는 주로 와인을 마시고.. (난 와인 잘 모른다. 조달하는 친구는 늘 따로 있고 소비만 해준다..^^)
그랬는데, 그래서, 그러다가,... 어떤 개인 날, 산사춘에 취했다.^^;; 원래 많이 마시지는 않아서 그 동안 몰랐는데 그 개인 날은 좀 과했던 것.. 맛이 달착지근한 것이, 쉽게 마셔지는 것이 속임수였다. ㅎㅎ
그래서 이제는 배부르지 않고 달지 않은 소주를 내 주종목으로 바꾸기로 했다. 이 술은 내가 취할 것인지 아닌지 미리 알 수 있게 해주리라.
요즘와서 우리 작은아빠들이 소주를 좋은 술이라고 말하는 이유를 깨달았다.
정직한 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