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메모 75 - 다큐멘터리 미술
little tree
2011. 10. 13. 14:44
다큐멘터리 미술
KBS <다큐멘터리 미술> 제작팀 · 이성휘 지음 / 연준혁 펴냄
르네상스에서 21세기 아시아까지 미술의 탄생과 역사를 서술한 미술사 책이다.
미술은 내게 참 어려운 과목이었고 범접하지 못하거나 이해하기 힘든 세계였다. 내가 지금까지 어렴풋이 인식하는 미술은, 마치 음악처럼 떠오르는 영감을 천재적인 붓놀림으로 표현해내는 무엇이라고 생각했고 정신적인 차원의, 그러니까 고차원의 어떤 것을 끌어내어 표현하는 형이상학적인 것이라고 여겨 왔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는 미술에 대한 내 인식이 딱 유치원생 수준이었다는 걸 알았다.
15세기 피렌체, 19세기 파리, 20세기 뉴욕, 21세기 베이징으로 미술의 중심지가 이동을 해왔는데 그 이유는 돈이 모이는 곳에서 태어나고 발전하는 것이 예술의 특성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학창시절 교과서에 나오는 유명한 화가들의 그림을 보면서 얼마나 마음에 감동을 얻었던가. <모나리자>를 보고 그 미소를 따라 지어보기도 하고 <만종>을 보면 마음이 평화로워지는 것을 느끼기도 했는데... 따지고 보면 먹고 배가 불러야 음악이니 미술이니 예술도 추구할 수 있는 것일테고 그래서 예나 지금이나 돈 있는 사람을 위해 그림을 그리고 음악이 만들어졌겠지만 자본주의가 고도로 발달해서 자본이 신이 된 지금 시대에는 정도가 너무나 지나쳐 미술이 과연 미술인가, 예술인가싶은 생각이 든다. 같은 그림이라도 누가 소유하고 있었느냐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고 단순히 투자대상으로 전락해버린, 입도선매는 물론 심지어 돈세탁용으로 쓰여지는 욕망덩어리가 된 것이 아닌가 싶다.
내가 이렇게 막말하는 것은 아마도 내가 고고하다고 여겨 범접하기 어려워하던 미술의 이면을 보고 쇼크를 받아서인지도 모르겠다. 하하.. 미술투자로 자본이 쏠려 한참 미술시장이 신기록을 세우며 호황을 이루다가 2008년 즈음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왔을 때 미술시장이 크게 위축되고 그 분야가 구조조정에 들어갔다는 걸 읽고나니 그동안 고상하게만 여겼던 미술이 실제로는 자본과 너무나 밀접한 관계에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미술에 대한 배신감(?) 같은 것을 느끼게 된 탓이리라. 그리고 내 맘 깊은 곳에 깔려 있는 자본에 대한 좋지 않은 인식 탓...
책의 저자는 이 책이 미술사에 대한 흥미를 돋우어주길 바란다고 썼는데 미술사에 대한 흥미가 생겼는지는 잘 모르겠고 미술에 대한 내 인식이 새로워지기는 한 것 같다. 내 친구 영우의 말처럼, 예술로서의 미술이라면 양반들, 옛사람들의 서화가 가장 고고한 게 아닐까. 그들은 그들의 그림과 글을 사고 팔면서 그 작품에 높은 값을 매길 생각을 하지 않았으니까.
<다큐멘터리 미술>을 읽고는 모르는 것을 알게 된 기쁨보다 씁쓸한 마음이 더 컸다. <다큐멘터리 음악>도 있을까? 있다면 그것도 읽어보고 싶다. 음악은 미술과는 다르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