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20080525 - 킬리만자로의 표범

little tree 2008. 5. 26. 12:00


표를 구하지 못하고 그냥 지나가버린

35주년 기념공연에 대한 언론보도를 볼 때마다

기필코 40주년에는 좋은 좌석에 앉아서 보리라 불끈!! 다짐했건만~ ㅎㅎ

이번에도 예매를 하려고 보니 이미 R, S석은 모두 매진되고

A, B석도 좋은 위치는 이미 동나 있었다.

불행 중 다행, 팬클럽에서 확보한 A석 티켓을 두 장 구입했고

40주년 콘서트를 보게 되었다.

잠실주경기장 역에서부터 인파가 엄청났다.

걸어가면서 보니 중년세대가 많았다.

가끔 머리 하얀 노인들도 보이고..

팬클럽에는 나보다 젊은 사람이 훨씬 더 많은데

이 거리에는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이 더 많은 거 같았다.

갑자기 기분 묘해짐..

사람들이 너무 많으니까 겁이 난다.

야광봉이며 먹을거리를 파는 사람들,

햄버거를 세트로 포장해서 파느라고 떠들어대는 사람들..

정신없이 시끄럽고 복잡한 길을 지나

경기장 입구에 세워진 팬클럽 부스에서 표를 받아 가지고는

일찌감치 자리를 확인해서 앉았다.

7시 15분쯤..

팬클럽 회원들과 함께 볼 때는

내 취향은 아니라도 분위기에 맞춰서

맨 앞쪽에서 똑같이 티셔츠 입고 야광봉 흔들고

그렇게 공연을 보곤 했었는데..ㅎㅎ

이번에는 야광봉도 안샀다. 일부러.

함께 간 친구가 처음이라 어색해 할까봐.(친구를 배려하는 이 깊은 마음..ㅎㅎ)

우리가 앉은 자리는 무대가 정면으로 보이는 곳, 중간층이었고

의자는 경기장 딱딱한 의자..-.-

8시에 시작이라 하지만 30분은 늦게 시작한다는 사실을 나는 알고 있었다.

8시가 넘어도 사람들이 밀려들어오거든.. 늘..

시작하기까지 친구랑 이런저런 얘기도 하고.

8시 30분이 되자

킬리만자로의 표범 영상을 처음으로

공연이 시작되었다.

여러 가수들의 공연을 많이 다니지는 못했으므로

분위기를 잘 알지는 못하지만

아마도 조용필 공연은,

그 중에서도 야외공연은 참 대중적인 공연인 것 같다.

야광봉 흔들기에 노래 따라 부르는 건 기본이고

흥이 오른 관객들은 일어서서 몸을 흔들면서 노래를 한다. ㅎㅎ

늘 그랬듯이 게스트 없이 2시간 30분 공연을 혼자서 끌고 나간다.

위대한 탄생의 연주시간에 옷도 갈아 입고 물도 마신다.

이번 공연에는 중간쯤 노래방 분위기로 화면에 가사를 띄우고

조용필과 관객이 함께 노래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이 시간이 좀 여유로운 시간이었을까?

몇 년 전, 아니 십여 년 전일까?

우연한 기회에 우리 삼남매가(나는 남동생만 둘이다)

노래방에 간 적이 있었는데

그때 두시간 반 정도 노래한 적이 있었다.

돌아가면서 노래 찾아서 부르는 게 아니고

누군가 노래를 선곡하면 무조건 합창하는 거다.

(우리 삼남매는 나랑 막내가 4살 터울이라 고만고만해서

좋아하는 노래도 취향도 많이 비슷하다.)

그러니까 두 시간 반을 합창을 하고 나왔다는 얘기인데

배고프고 목도 아프고 귀에서 이명이 나더라.

그래서 두시간 반을 노래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어렴풋이 짐작이 간다.

그런데 조용필은 두시간 반을 혼자서 열창을 한다는 것이지..

10시 이후에는 불꽃놀이를 할 수 없다는 규정이 있다는데

10시 바로 전에 서울서울서울 노래를 불렀고 그 때 폭죽이 터졌다.

내 머리 위로..-.-

내가 제일 무서워하는 폭죽이 연방 터지고

내 머리 위에 불꽃이 부서진다.

소리는 무서웠지만 불꽃은 참 예뻤다.

이번에는 무대와의 거리가 너무나 너무나 멀어서

대형스크린에는 거인 조용필이 노래하지만

정작 내가 보고싶은 조용필은 저멀리 앞 중앙에

손바닥 만하게 보였다.

아, 애석하여라.

예술의 전당 공연 때는 위치가 좋아서도 그랬겠지만

훨씬 잘 보이고 어느 해에는 표정까지도 다 보였었는데...

그렇게 가까이, 생생히 보일 때마다 늘 느끼는 건

귀여운 오빠~

한번만 안아주고 싶다는 것...ㅎㅎ

이번에는 모습도 표정도 볼 수 없고

대형 스크린에 보이는 표정은 느낌이 오지 않는다.-.-

그렇게 두시간이 훌쩍 지나가고

마지막 감사의 인사를 한다.

함께 간 친구도, 나도 집으로 가야하는 길이 너무 멀어서

그냥 일어섰지만 참 아쉬웠다.

앙코르가 있다는 걸 나는 알고 있거덩.

게다가 앙코르 때 우리가 좋아하는 노래를 불러준다는 사실도

이미 알고 있거덩..

이날도 앙코르가 네 곡이나 되었다는군..

조용필을 특별하게 좋아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냥 우리 세대 문화의 한 부분이었지.

그의 노래와 함께 살아왔던 시절이 내게는 아름다운 시절이었으므로.

그러다가 십년 전 쯤 어떤 기회에 조용필 동호회에 가입하게 되었고

그때부터 컨서트를 다니면서 조용필의 매력을 알게 되었다.

그가 앞으로도 오랫동안 활동을 해 주었으면 좋겠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자신의 일에 미쳐서 살아가는

현역 가수로 끝까지 있어주기를..

경기장 의자는 딱딱했고

우리는 그 자리에 세시간 반을 앉아 있었다.

나는 몸살이 났다.

조용필보다 내가 먼저 늙는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