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주절

가족여행... 두울

little tree 2012. 7. 6. 17:45

 

두려움

 

 

 

 

미지에 대한 두려움, 경험한 것에 대한 두려움. 비행기를 타는 것은 내게 있어서 경험한 것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그 두려움을 조금이나마 누그러뜨려볼까 하고 처음에 아시아나항공권을 예매했던 것인데 며칠이 지난 후에 여행사에서 시간을 바꿔야 한다고 전화가 왔다. 그 바꾼다는 시간이 영 맘에 들지 않아 비슷한 시간의 저가항공으로 바꾸기로 했는데 오히려 돈을 더 내야 한댄다. 내가 처음에 예매했던 항공권의 할인율이 컸기 때문이라나. 출발 전날에는 두려움 때문에 맘에 들지 않는 시간이라도 아시아나로 갈 걸 하는 후회까지.

 

공항에서 비행기에 탑승하려고 걸어가면서 본 비행기는 내 눈에는 너무나 쬐끄만 비행기였다. 배에 힘이 저절로 들어갔다. 남들은 듣는둥 마는둥 하는 스튜어디스의 비상시 안내를 아주 열심히 집중해서 보고 앞좌석 뒤에 꽂혀 있는 안내문도 찬찬히 읽었다. 비행기의 움직임을 세밀하게 느끼가며 굳어져가는 내 표정과 손가락으로 귀를 틀어막는 내 모습을 보고 별이가 이어폰을 내준다. 완전히 날아올라 안정적으로 가다가도 가끔씩 흔들리는 것을 온 몸으로 느끼며 가다가 공항이 가까워지니 창밖으로 멀리 제주의 풍광이 보인다. 비행기가 고도를 낮추는 것과 착륙할 때의 충격까지 모두 느낀 후에야 비로소 몸에 힘이 풀렸다. 예상했던 것처럼 귀가 많이 아프지는 않았다. 25년 전에 비해 내 귀가 좋아졌을 것 같지는 않은데 비행기나 비행기술이 좋아진 것일까? 제주공항을 빠져나오니 그제야 마음이 편안해졌다.

 

 

렌트카

 

여행준비를 위해 검색을 할 때, 제주에서 운전연수를 한다는 정보를 알게 되었고 면허만 따고 운전을 해본 적이 없는 별이에게 운전 연수의 기회를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사실 별이아빠도 오토 운전은 해보지 않았고 별이도 수동으로 면허를 땄기 때문에 오토 차에는 둘 다 초보운전이었다. 렌트카에서 차를 받아 출발할 때는 운전 미숙으로 불안했는데 별이아빠의 수동경력이 얼마던가. 곧 익숙해져서 편안해졌다.

 

차는 소형 아반떼 1.6 이었고 2박3일 동안 시간상으로는 별이가 조금 더 운전대를 잡았을까? 별이아빠가 운전할 때는 별이가 네비를 봐주고 나는 뒷자리에 앉아 졸기도 하고 창밖 구경도 했지만 별이가 운전할 때는 내가 뒤에 앉아 네비를 봐주고 별이아빠가 주변을 보면서 조언을 해줬다. 완전 초보에 젊은 아이라 조수석에 앉은 아빠의 등에 땀이 나도록 운전을 해댔다. 스릴있게. -.-;;

 

별이아빠가 자꾸만 조언인지 잔소리인지를 해대는 것이 내 귀에 거슬렸다. 본인은 굉장히 조심섬있게 운전하는 사람이라 별이 운전하는 것이 영 못미더웠겠지만, 그래서 자꾸만 잔소리를 하겠지만 내가 보기에는 별이가 잘 하고 있었다. 괜히 잔소리를 해대서 아이가 자신감을 잃을까 걱정이 되었다.

 

 

올래국수

 

 

 

 

첫날 점심은, 시간을 아끼기 위해 공항에서 가깝다는 올래국수집에 갔다. 사람들의 입에 맛집으로 오르내리는 곳은 규모의 크기나 음식맛과 상관없이 번잡하고 기다려야 할거라는 정보를 입수했으므로 국수집에서 20분은 그러려니 하고 기다려서 먹었다.

 

 

소인국테마파크

 

 

 

 

소인국테마파크는, 인터넷으로만 정보를 찾을 때 범할 수 있는 실수를 깨닫게 해 준 코스였다. 외국여행을 해보지 않았으니 외국의 명소를 만들어 놓았다는 곳이라도 가보자는 생각에 꼭 가야 하는 코스로 정했는데.. 가보니 내가 예상했던 바와는 많이 다른 크기의 미니어쳐들이었다. 음.. 유치원 애들이 보면 크게 느껴질 정도일까? 이럴 줄 알았으면 고민하다가 제껴버린 한림공원이 나을 걸 그랬다 생각하면서 나왔다.

 

 

오설록뮤지엄

 

시간 여유가 있어서 근처 오설록뮤지엄에 들렀다. 차밭을 걸어보고 싶었는데 날도 덥고 그늘도 없고. 박물관 전망대에 올라 멀리 바라보기만 하고 내려와서 녹차 시음해보고 녹차아이스크림이랑 스무디를 먹었다.

 

 

 

 

 

송악산

 

제주도 서남단쯤 되는 송악산. 주차장에 차를 두고 걸어 올라가는 길에 처음 보는 것 같은 보라빛 꽃이 참 많다. 나중에야 알았는데 산수국이라고 한다. 제주도에는 수국도 많았다. 서울 경기쪽에서 내가 보던 수국은 하얀색이었던 것 같은데 탐스럽고 커다란 남보라빛 수국이 제주에 있는 동안 어디서나 눈에 띄었다. 언젠가, 수국이 어떻게 생긴 꽃인지도 모르던 내게 '수국을 보면 네 생각이 나' 하던 친구, 이제 수국을 보면 나도 그 친구 생각이 난다.

 

 

 

 

 

파란 바다와 절벽으로 떨어지는 해안, 걸어오를만한 낮은 산과 이어지는 푸른 들판, 바다를 보며 걷도록 놓아진 데크, 모두 맘에 들었다. 제주도에 도착해서 처음 만난 바다를 보며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을 몇 번이나 했다. 한시간 남짓 걸려서 송악산을 둘러보고 주상절리로 출발.

 

 

주상절리

 

네이버에서 검색한 이동시간보다 실제 이동시간이 적게 걸린 덕에 시간 여유가 있었다. 예정에는 주상절리에 일몰 전에 도착하는 것이 빠듯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일몰 전에 주상절리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으니. 커다란 철근처럼 각이 진 주상절리. 어쩜 저런 모양이 나올까. 내려가보고 싶었지만 주상절리를 밟아보도록 내려가게 되어 있지는 않았다. 파도가 꽤 치는 곳이라 내려가면 안전사고가 빈번할 듯해 보였다. 푸른 바다와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 그리고 짙은 색의 주상절리 돌들이 강한 인상으로 남아 있다. 한참을 바라보다가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때 올라왔더니 주변 공원도 멋있다. 제주도에서만 볼 수 있는 이국적인 풍경, 나무들.

 

 

 

 

 

 

누군가에게 사진찍는 거 부탁하는 게 번거로워서 셋이 찍은 사진이 거의 없는데 이곳에서 가족사진을 찍었다. 돌테이블이 있어서 그것에 의지해서 자동셔터로 찍으려고 준비하고 있는데 지나던 사람이 찍어주겠다고. 그래서 가족사진을 얻었다.

 

여행기간 내내 사진을 찍을 때는 몰랐는데 돌아와서 컴으로 다운을 받아 보았더니 사진이 모두 발사진. -.-;; 전부터 카메라에 문제가 있음을 느끼고 있었으면서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조치하지 않은 건, 핸드폰 카메라가 좋아서 그걸 주로 쓴 탓이었다. 핸드폰으로 찍은 몇 장 외에 카메라로 찍은 사진은 모두 초점이 맞지 않고 엉망이어서 너무 아쉬웠다. 아예 핸드폰으로 많이 찍어둘 것을.. 주상절리 공원 주변을 둘러보고 저녁을 먹으러 쉬는팡가든을 네비에 찍고 출발했다.

 

 

쉬는팡가든

 

검색하면서 제일 많이 만난 제주도 흑돼지집. 두툼한 흑돼지 오겹살과 한라산맑은소주를 시켜서 술은 별이랑 둘이 나눠먹고 동치미국수도 시켜 먹었다. 맛은 나쁘지 않았는데 가격의 압박이. -.-

 

 

 

 

 

 

숙소 도착, 다시 이마트

 

예정표보다 오설록뮤지엄 한 군데를 더 들러서 하루 일정을 마쳤다. 뷰티풀펜션에 도착한 것은 8시가 넘어서였나? 짐을 풀고 별이를 혼자 두고 별이아빠와 이마트를 갔다. 다니면서 먹어야 할 식수와 식사를 제때에 못할 경우를 생각해서 멸균우유, 빵, 방울토마토 그리고 한 잔 할까 싶어서 6개들이 캔맥주 1박스와 별이아빠용 막걸리 2병, 안주 삼을 치즈와 과자류를 사가지고 펜션으로 돌아왔다. 다들 샤워를 하고 시원하게 한 잔 할 줄 알았는데 기대했던 별이는 생각없다고 침대에 누워 티비만 보고 운전 때문에 한 잔도 못한 별이아빠와 둘이 막걸리를 땄는데 맛은 -.- 먹다가 남겼다.

 

그리고 서울에서와는 달리 모두들 자정쯤에 꿈나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