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주절

가족여행... 네엣

little tree 2012. 7. 9. 15:41

 

둘째날은 처음부터 강행군을 할 예정이었지만 마지막날은 펜션 체크아웃도 해야 하니 여유있게 나올 생각으로 9시를 펜션에서 출발하는 시간으로 잡았다.

 

이번 여행의 일정을 짜면서 각자가 좋아할 만한 곳을 하나씩 끼워넣었는데 나를 위한 일정은 내게 실망을 안겨준 소인국테마파크였고 마지막날 첫 일정인 월드컵경기장은 별이를 위한 일정이었다.

 

 

제주월드컵경기장

 

일어나 전날 포장해서 반만 먹고 남은 전복죽은 나 혼자 먹고 두 남자는 빵과 우유로 아침을 대충 때우고 체크아웃을 하고 9시쯤 얼음물과 비상식량을 차에 싣고 펜션을 출발, 가까이 있는 월드컵경기장에 갔다. 어떻게 들어가야 하는지 몰라서 잠시 헤맸다. 관람객이 드나드는 계단을 따라 올라가보니 커다란 문은 굳게 잠겨 있고 건물을 겉에서 둘러봐도 어디로 들어가야 할지.. -.- 일단 점포들이 있는 안으로 들어가보니 내부에도 주차장이 있고 복합건물처럼 상가도 있었다. 인터넷 검색에서 9시부터 6시까지 둘러볼 수 있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어디 가서 얘기해야 하고 어떤 절차가 필요할까 걱정했는데 건물 내부로 들어가보니 절차없이 그냥 쑥~ 들어가 볼 수 있게 열려 있었다.

 

월드컵경기장에 가니 육층 생각이 났다. 육층이 자기가 설계했다고 자랑하던 거, 태풍으로 경기장 천정이 날아갔을 때 제주도에 가야 한다고 했던 기억도 나고. 바람많은 제주도라고 경기장이 지하에 있다더니 역시 그랬다. 스타디움이 높이 있으니까 얼핏 보면 모르겠지만 축구장만은 확실히 지하였다.

 

상암, 수원 등 경기장에 자주 가는 별이에게 시원하게 집에서 티비로 보는게 더 정확하고 좋지 않냐고 했었는데 경기장에 들어가보니 직접 가서 보는 것이 어떤 느낌일지 알 것도 같았다. 전시관에는 제주유나이티드에 대한 전시물과 2002년 월드컵에 관한 전시물이 있었는데 다른 때와는 다르게 꼼꼼하게 훑어보는 별이를 보며 코스에 넣기를 잘했다고 생각했다.

 

 

 

 

 

  

 

   

 

 

 

쇠소깍

 

여러 사람들이 추천하는 걸 보고 꼭 가봐야지, 가서 체험도 해야지 생각했던 곳이 쇠소깍이다. 테우라는 고기잡이 땟목배를 탈 수도 있고 둘이 노저어 움직이는 카약을 탈 수도 있다고 해서 일정을 짜면서 우리 가족이 셋인데 어째야 할까 고민까지 했던 곳. 결론은 두 남자가 카약을 타고 나는 테우를 타면 되겠다 하는 생각.

 

쇠소깍에 도착한 건 11시가 조금 넘어서였는데 사람들이 꽤 많이 보이는 것이 좀 불길하게 느껴졌다. 마지막 날이 관광객이 많을 수밖에 없는 토요일이어서 그런 것 같았다. 역시나 예상은 빗나가지 않아서 카약을 타려면 1시 30분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하고 테우를 타려고 해도 1시간을 기다려야 한댄다. ㅠ 피같이 아까운 시간을 그렇게 흘려보낼 수는 없는 법. 아쉽지만 발길을 돌렸다.

 

 

사려니숲길

 

확실히 토요일이라 관광객이 많아졌다. 사려니숲길을 걷기 위해 가는데 숲길 근처 도로 양편에 승용차들이 줄지어 주차해 있다. 별이의 주차실력이 일천하여 맨 앞까지 가서 주차를 하고 입구까지도 한참을 걸어와야 했다. 숲길을 관통해서 제대로 걷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지만 시간상 1시간 정도만 걷기로 하고 들어갔다.

 

내 사는 곳이 수락산과 불암산의 사이에 있어서 누구든지 우리집에 오면 공기좋고 경치좋다고 감탄을 하고 또 주말마다 산으로 들로 싸돌아다니면서 나무향 풀향 많이 맡고 살지만 사려니숲에서 나는 숲향은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진한 향이었다. 우물안 개구리가 맨날 북한산, 수락산만 다니다가 소백산을 가보니 너무 좋아서 감탄사를 연발하며 다녔는데 사려니숲은 또 얼마나 좋은지. 걸으면서 내내 감탄과 찬양을 쏟아냈다. 기회가 된다면 한라산과 한라산 자락의 모든 숲들을 다 내 발로 밟고 내 코로 맡으며 다녀보고 싶다.

 

우리가 걸을 때는 조금 흐린 날씨였는데 맑은 날이나 흐린 날이나 언제라도 걷기 좋을 것 같고 비오는 날은 운치도 있을 것 같은 사려니 숲. 숲향기를 담아갈 방법이 있었으면 좋겠다면서 깊은 심호흡을 하며 내 폐를 정화시키며 걸었다. 조금이라도 더 숲향을 맡고 싶어서 예정보다 이삼십분을 더 지체하고 나왔다. ㅎ

 

 

 

 

 

길섶나그네

 

일정을 짤 때 마지막 날 두 끼니는 정하지 않고 검색해서 프린트한 식당 중에 지나게 되면 상황에 따라 적당히 먹으려 했다. 아침도 대충 때우고 숲길 걷기를 한시간 반가량 하고 나니까 우리집 청춘이 배가 고파서 슬슬 짜증이 나려고 하는 모양. 이동 노선에 검색해 놓은 식당이 있긴 한데 청춘이 좋아하는 메뉴가 아닌게 문제. 그러나 딱히 다른 데 아는 데도 없고 근처에 식당이 없다는 정보도 아는 터라 길섶나그네로 갔다.

 

사전 정보대로 조용하고 분위기 있는 식당이었고 깔끔한 웰빙식단에 보쌈이 나왔다. 채식 별로 안좋아하는 별이는 동물성인 보쌈고기조차도 몇 점 집어먹지를 않는다. 불만이 가득한 눈치. 일종의 시위였다. 어쨌거나 별이아빠와 나는 맛있게 먹었다.

 

 

 

 

 

 

선녀와 나무꾼

 

다음으로 간 곳이 선녀와 나무꾼. 여기는 별이아빠를 위한 일정으로 넣은 곳이다. 지난 추억을 들여다보게 해주는 전시실들이 길게 길게 이어져 있다. 나는 들어서 알거나 경험한 것들을 보는 것이 재미있어서 좀 천천히 보고 싶었는데 정작 별이아빠는 별 재미가 없는지 빠르게 훑고 지나간다. 서로 다른 시대가 한 자리에 공존하는 느낌이었는데 이왕이면 연대순으로 전시를 했더라면 좋을 뻔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기야 같은 70년대라 하더라도 서울의 70년대와 산간오지의 70년대는 또 다를 것이다. 그래서 내게는 추억이고 재미인데 별이아빠에게는 다시 기억하고 싶지 않은 아픔일지도 모르겠다. 전복죽을 좋아하는 나와 죽은 죽어도 싫은 별이아빠의 차이를 이곳에서 한 번 더 확인했다.

 

마지막 부분에 있던 내무반. 제대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마주하고 싶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그곳에 전시되어 있는 내무반을 공감할 수 없어서인지 몰라도 두 남자가 눈길 제대로 주지 않고 나와버렸다. 같이 재밌게 볼 줄 알았는데 예상 밖 반응이었다. -.-

 

 

 

 

 

 

렌트카 반납

 

서울행 비행기가 저녁 6시 이후였으므로 5시 이전에 렌트카 회사에 차를 반납하려고 맘을 먹었는데 시간이 애매한 것이 어디 한 군데 더 들르기에는 빡빡하고 그냥 마치기에는 아쉬운 상황이었다. 점심 먹은 게 부실해서 영 불만인 별이가 햄버거라도 먹겠다고 네비를 찍더니 시내로 들어가게 되어 길이 막혀 시간을 낭비하게 되었다. 맥도날드에서 햄버거 하나 사서 제주항 주변에 차를 세우 먹은 후 또 주유소 찾아서 연료를 채우고 보니 좀 이르긴 하지만 차를 반납하고 공항으로 가는 게 나을 것 같았다. 렌트카에 차를 반납하고 렌트카 회사에서 운행하는 셔틀을 타고 공항에 도착했다.

 

 

제주공항

 

공항에 도착하기 전에 이미 항공회사로부터 출발이 30분 지연된다는 문자를 받았기 때문에 공항내에 있는 상점들을 기웃거리며 시간을 보낼까 했는데 볼 것도 없고 살 것도 없고.. 잠시 앉아 있다가 서울가서 저녁먹는 것도 너무 늦을 것 같아서 아예 저녁을 먹고 출발하자며 공항 위층에 있는 중국집으로 갔다. 별이는 짜장과볶음밥, 별이아빠는 삼선짬뽕, 나는 잡탕밥. 맛있게 잘 먹었다. 잘 모르는 곳에서 어리버리 헤매는 것보다는 그냥 공항식당에서 먹는 것도 괜찮겠다 싶다.

 

 

귀경, 귀가

 

갈 때는 몰랐는데 오는 비행기는 어찌나 시끄럽던지. ㅎ 어쩌면 상황은 비슷한데 제주행 비행기에서는 내가 긴장해서 바싹 쫄아 있었고 서울행 비행기에서는 덜 긴장했기 때문에 느낌이 달랐을지도 모르겠다. 돌아오는 배낭은 출발할 때보다 훨씬 무거웠다. 남은 캔맥주 4개와 멸균우유 4개, 생수병 때문에..

 

공항철도는 죄책감을 느낄 정도로 시원했고 4호선으로 환승할 때 10여분 걸었어도 훨씬 빨랐다. 그다지 고생하지 않은 여행이어서 그랬는지 집에 도착해서 "내 집이 최고야!" 혹은 "집 떠나면 개고생" 이런 느낌은 들지 않았고 여행다녀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