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운 전화
토요일 아침.. 좀처럼 전화가 울리지 않을 시간인데 핸드폰이 울어제낀다. 끝이 보이지 않는 긴 번호가 낯설다. 받았더니 대뜸 "지은이니?" 묻는 남자 목소리가 귀에 설다. 늘 그렇듯이 조금은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응. 너는 누군데?" 물었는데 바로 대답을 안한다. 재차 물었더니 "캐나다에 박#득" 이란다. 허걱!
고등학교 시절 우리들의 우상이었고 친구였고 지도교사였던, 나중에 목사가 되어 지금은 캐나다에서 목회하고 계시는 친했지만 어려운 분인데 "너는 누군데?!" 하고 묻다니.. 변명이지만 친구처럼 대해주던 분, 장난기 가득한 분이라 내게 먼저 묻는 말씀에 장난기가 가득해 정말 친구나 통화 자주하지 않는 초등동창 쯤으로 여긴 탓이다. 나이가 드셔도 근엄한 목사님이 되셨어도 여전히 외동이 기질과 장난끼는 버리지 못하셨다. 하하..
오래전 내 전화번호로 전화하시면서도 통화가 되리라 기대하진 않으신 모양이다. 다들 어떠냐고 연락들은 하고 사느냐고 물으신다. 얘기하다보니 미량언니가 결혼한 것도 모르고 계셨다. 몇년 전에 오셨던거 같았는데 전화끊고 생각해보니 족히 10년은 지난 거였다. 별이가 초등학교 다닐 때였고 미냥언니가 세계일주 떠나기 전이었으니.. 어느새 세월만 흐르고..
나이먹으니 옛사람들이 그립다신다. 한번 나오려고 해도 쉽게 나와지지 않는다시고. 어쨌든 우리는 언니가 2년에 한번은 나오니까 나올 때 다같이 만나고 카톡이 있어서 가끔 안부는 묻고 지낸다고 알려드리고 핸드폰 번호를 알려달라고 했다. 나한테 메일도 보냈다고 하시는데 일단 카톡에 친구등록하고 카톡으로 친구, 선배들 전화번호를 다 알려드리고 핸드폰 세계시간에 토론토를 등록해놓았다.
지난번 그러니까 십여년 전에 한국에 나왔을 때 내게 주셨던 전화번호가 안되어서 연락이 끊어졌는데 새로 주신 번호를 보니 바뀌었다. 다시 새 번호를 저장해 놓으니 카톡에 뜬다. 이제 연락이 끊어질 일은 없겠지. 이런 면에서 세상은 참 좋아졌다. 박피# 선생님의 전화가 반가워서 기분 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