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주절

내 연휴 셋째날, 불암산 둘레길

little tree 2012. 10. 4. 14:45

모처럼 연휴 셋째날, 도봉산을 가고싶었다. 별이가 사달라는 무릎보호대를 살 겸, 이틀 전에 북한산은 다녀왔으니까. 북한산 밑 우이동은 브랜드 상품이 대부분이고 도봉산 밑에는 브랜드 상품 뿐아니라 저렴이 상품도 많다. 아마 유동인구가 도봉산이 몇 배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다른 산도 가보고 살 것도 좀 사려고 도봉산을 가려 했는데 아침에 일어나 상황을 보니 일정 수정을 해야 할 것 같았다.

 

연휴 기간동안 만나야 할 사람, 위로해야 할 사람들을 만나겠다고 작심을 하고 만나서 밥도 먹고 차도 마시고 이야기도 나눴는데 정작 별이와는 식사 한끼를 같이 하지 못하게 생긴 거라. 하루 한끼는 약속을 잡아놨고 남은 끼니는 별이가 시간을 내지 못한다고 하고.. 그래서 아침일찍 출발하려던 등산을 미루고 늦잠자는 별이에 맞춰 아점을 준비했다. 스마트폰으로 접속해서 레시피를 보고 반찬을 두어 가지 만들어 모처럼 세 식구 함께 아점을 먹었는데 공들여 만든 반찬은 먹지 않고 잔멸치 볶음 한가지만 퍼먹더라는. -.- 머, 자랄만큼 자랐으니 이제는 과잉섭취는 다 살이라. 잔멸치 볶음이 고기 반찬보다는 낫긴 하지 생각하며 섭섭한 마음을 위로.

 

아점을 먹이고 치우고 보니 도봉산을 다녀오기에는 시간이 너무 늦어 별이아빠 대동하고 옆에 불암산 둘레길로 나갔다. 우리집에서 한시간 반 걸어가면 삼육대학교 호수까지 갈 수 있다. 거기서 10여분 쉬었다가 다시 돌아오니 3시간 10분이 걸린다. 등산은 오르는 시간과 내려오는 시간이 확연히 다르지만 둘레길은 가는 길, 오는 길 걸리는 시간이 같다. 몇 번을 둘레길을 걸었지만 아직 혼자 가는 건 못할 것 같다. 왜 그리 샛길도 많고 갈림길도 많은지. -.-;;

 

 

(삼육대 호숫가에서)

 

등산을 할 때는 무릎이 좀 아프지만 둘레길을 걸을 때는 종아리가 아프다. 쓰이는 근육이 달라서 그런가. 명절 뒤인데다가 불암산의 노원구쪽 방면은 모두 아파트촌이라 가족단위로 나온 사람들이 참 많다. 등산처럼 막걸리나 음식을 펴놓고 먹는 모습은 보기 힘들다. 다만, 산처럼 조용하지 않고 시끄러운게 흠. 어느 학교에서 총동문회 운동회를 하는지 (휴일이므로) 확성기 소리 시끄럽고 어느 과수원에서는 찬송가를 왠 남자가 혼자서 목청높여 부르는 소리가 시끄럽다. 무엇때문에 찬송가를 목청 높여 부르는걸까. 노래가 하고 싶어서? 자기가 믿는 신을 찬양하고 싶어서? 전도하고 싶어서? 어떤 이유에도 맞지 않을 소음이었다. 노래를 좋아하고 부르고 싶다면 그렇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를 리가 없고 자기가 믿는 신을 찬양하고 싶다면 신이 귀먹은 것도 아닐테고 전도를 하고 싶다면 그야말로 역효과, 신에게 오려는 사람을 쫓는 방법이 될 것 같다. 남을 배려하지 않는 그런 소음.

 

불암산 둘레길을 걸으며 단풍 소식은 전혀 눈치챌 수 없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단풍은 쿵쿵 산을 내려와 오래된 아파트 촌을 노랗고 빨갛게 뒤덮을 것이다. 적당히 일교차도 나고 적당히 비도 뿌려줘서 올해는 고운 단풍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