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피스 교육이 2/3 지점을 지난 것 같다. 이제 슬슬 지루해지는 것인지 끝날 날을 손꼽게 된다. 이 교육의 목적은 호스피스 봉사가 무엇인지 어떤 일을 하는지 가르쳐 주는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봉사를 하기 전에 마음가짐을 단단히 무장시키는 것이 더 클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강사들의 강의는 겹치는 부분이 많다. 대부분 강사는 강의를 하러 다니기에 비교적 자유로운 현직에서 은퇴한 분이다. 덕분에 필요한 지식뿐 아니라 연세드신 강사의 지혜를 들을 수 있는 것이 좋은 점이다.
강의를 들을 때마다 대단하다, 존경할 만하다는 느낌을 받는데 며칠 전 94세의 노교수는 정말 감동이었다. 강의하시는 내용을 들으며 돌아가신 우리 시어머니 연배쯤 되셨겠구나 생각하다가 강의 끝나자마자 스마트폰으로 그분 성함을 검색해보니 바로 뜬다. 네이버 인물 첫 화면에. 20년생. 내 예상처럼 우리 어머니랑 같은 연배일 뿐아니라 출생년도도 같았다.
1시간 30분 동안을 교안도 없이 물 한 모금 드시지 않고 꼿꼿한 자세로 강의를 하셨다. 아주 먼 옛날 안창호 선생 얘기부터 최근 외국에 다녀온 얘기까지 들으면서 94세임에도 불구하고 기억력이 특별히 좋다는 걸 느꼈다. 나보다 10년, 20년 연상인 분들이 자신의 생각과 판단을 강요하듯 하는 얘기를 듣노라면 반발심이 생겼는데, 말하자면 당신들은 그 사고의 틀에서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생각과 판단을 하는 것이다 라는 생각이랄까. 그런데 이 분에게는 그런 반발심이 고개를 들려다가도 쏙 들어가서 어쩌면 오래 살아본 저 분의 판단이 옳을지도 몰라..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의 육체는 24세를 정점으로 노화하고 정신은 대다수 사람들이 40세까지 성장한단다. 그러다가 내 몸이 늙어가는구나 자각하게 되면 정신도 함께 늙어갈 것이라고 생각하고 포기하기 때문에 정신이 노화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노화하는 육체와는 별개로 정신은 계속 성장할 수 있는데 노교수 자신이 경험하고 주변의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눠본 바로는 75세까지 성장할 수 있고 그 이후에 급격히 노화하는 것 같다고 한다. 75세까지라고 말했지만 그렇게까지 받아들일 수는 없고 어쨌든 40세 이후에도 정신이 성장한다는 말에는 나도 동감한다. 요즘 호모헌드레드라는 프로그램을 보면서도 느낀 바고 주변을 둘러봐도 40세 이후에 성장하는 사람들은 종종 볼 수 있다.
그러니까 육체와 정신은 별개임을 확실하게 믿고 육체가 노화하는 것을 자각하더라도 계속 정신의 성장을 위해 힘써야 한다는 것이다. 그 호모헌드레드 프로에서 본 100세가 넘은 노인은 나이 아흔에 새로운 언어 두 가지를 배우기 시작했다고 했다. 끊임없이 배우는 것, 거기에 더하여 계속 몸을 움직이고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는 것이 정신을 늙지 않게 할 뿐만 아니라 육체의 건강에도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요즘 늙어가는 부모님을 보면서, 호스피스 교육을 받으면서, 특집 프로그램을 보면서 비슷한 맥락의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데 특별히 노교수의 강의는 내게 큰 감동을 주었고 다시 한 번 생각할 기회를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