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9시, 아웃백에서 가볍게 즐기는 오지나잇!
6,500원으로 생맥주를 100분간 무제한 제공한다기에 엄마, 이모, 별이아빠, 별이 모두 불렀다. 별이는 늘 그렇지만 거절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참석하는 것도 아니다. 봐서~ 이러고는 안오는 게 별이의 주특기. ㅎ 엄마와 이모는 기대가 많다. 작년에도 여러 번 맥주(엄마는 주스)와 안주로 늦은 더운 밤을 식혔기 때문에. 쿠팡에서 미리 오지치즈프라이와 찹스테이크플래터 2가지 쿠폰을 사두었다. 안주 하려고. 이모는 나랑 맥주마시는 걸 좋아하고 엄마는 젊은애들 다니는 곳에 간다는 게 젊어지는 느낌이 드는 모양이다. 저녁을 먹고 왔다는데도 술꾼이 아니라 안주가 부족, 더 시키고 맥주도 너댓잔씩 먹었다.
사실은 지난 중복날, 엄마한테 전화가 왔었다. 심심하고 답답하다고. 삼계탕 해놓을테니 집에 들르면 안되겠느냐고. 그날 가지는 못하고 엄마 바람쐬게 해줘야겠다는 생각에 아웃백에 갔던 것.
그러나 엄마는 두 번이나 9시에 아웃백에서 만나자는 통화를 하고도 (두번째 통화는 당일 7시가 넘어서 했는데도) 9시가 되도록 집에서 전화를, 혹은 내가 와서 모시고 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커뮤니케이션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거다. 얼마전부터 내가 느껴온 것인데 엄마는 나랑 통화를 할 때 통화에 집중하지를 않는다. 통화를 하면서도 옆에 있는 사람, 상황에 신경쓰느라 제대로 소통이 안된다. 통화 뿐 아니라 뭐든, 같이 앉아서 얘기를 할 때도 집중을 못하는 것 같고 혼자 고요히 있는 것이 힘들고 불편한 것 같다. 전에는 안그랬던 것 같은데.. 내가 몰랐던 것인지.. 자꾸 밖에서 남에게서 뭔가를 찾으려고 하는 느낌. 요즘 노인학교도 방학하고 문화센터도 방학하고 기도모임, 구역예배 모두 방학해서 나갈 일이 없는데다가 불편한 아빠를 두고 나가기도 맘에 걸려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았던 모양인데 그 시간을 힘들어 하는 것 같다.
내가 보건대 엄마의 문제는 집중을 못하는 것, 조용히 집에 있는 것을 힘들어 하는 것. 엄마는 여기저기 아프다고는 해도 거동에는 지장이 없지만 정신이 산만해지고 있고 아빠는 정신은 갈수록 또렷해지는데 거동하는게 힘들어지고 있다. 맑은 정신에 대소변을 받아내야 하는 상황이 곧 닥칠 것만 같아서 두렵다.
이런 저런 얘기 하다가 가을에 엄마 아빠 모시고 제주도에 다녀오겠노라고 했다. 마음은 벌써부터 있었는데 여름은 힘들고 가을쯤 갈까말까 생각만 하고 있다가 입밖으로 내어버렸다. 머리속으로 생각만 하면 그러다가 말 것 같고 일단 말을 뱉아놓으면 일이 진행 될테니. 아빠가 지금 상태에서 더 나빠지지 않기를... 지금 상태만으로도 휠체어를 타고 이동을 해야 하고 렌트를 해야 하니 별이아빠가 같이 가야 하고. 가족 여행이 아니라 효도 여행이 될텐데.
엄마는 힘들지 않을까 자신없어 하고 이모는 이번 여행이 아빠에게는 마지막 여행이 아니겠느냐 하니 마음이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