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내려놓으면 좀 더 행복해진다
존 레인 지음 / 박인기 옮김 / 단한권의책
강북문화정보도서관 / 교보도서관앱
세부 목차까지 뽑아 놓은 친절한 목차만 읽어보더라도 내용의 흐름을 모두 알 것 같고 쉽게 줄줄 읽힐 것만 같은 기대를 품게 하는 이 책은 내 예상보다는 조금 묵직했다. 마치 자기계발서와 인문학 서적의 차이처럼. 소박한 삶을 위한 실천사항은 스스로 생각하고 찾아내야 할 과제.
우리가 추구하는 소박함은, 삶의 모습은 소박하되 생각은 깊은 것이고 우리가 지금 사는 삶의 모습은 사는 모습은 분주하되 생각은 없는-.- 것이 아닐까.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 속에서 문화가 꽃피고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의 생각(혹은 일부의 음모)이 교묘하게 주입되고 강화되다보니 뭐랄까 문화가 한쪽으로만 흘러가는 것 같은 느낌이다. 딱히 표현할 말이 애매해서 문화라고 했지만 문화 뿐 아니라 사람들의 생각, 추구하는 바가 한 군데로 거센 물결처럼 거침없이 밀려간다. 행복은 더 많이 소유하는 것이라 믿고 더 나은 미래, 더 많은 물질적 부를 쌓기 위해 오늘을 희생한다. 그런 세상에서 소박한 삶을 추구하는 것은 이단아처럼 보이고 가난한 모습은 게으름의 결과로 여겨져 인정받지 못한다.
그러나 소박한 삶을 사는 것은 사람들이 풍요로운 삶을 누리기 위해 들이는 노력보다 더 큰 힘과 노력을 들여야 한다는 사실을 이 책을 읽으며 깨닫는다. 흐르는 강물을 따라 흘러내려가는 것보다 흐르는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 훨씬 더 힘들거라는 건 누구나 생각해보면 나오는 답이다.
한가지 사실은 분명하다. 다음의 사실을 언급할 필요가 있는데, 부자들이 더 큰 물질적 부유함을 얻기 위한 추구에서 보이는 헌신과 지성, 인내는 그 정반대의 방향을 추구하는 사람에게도 필요한 덕목이다. 즉, 지출과 소비중심 습관, 뿌리 깊은 욕심을 줄이려는 사람들에게 말이다. 오직 유일한 전략은 지출을 줄이고 소비중심 습관의 장악력을 깨뜨리는 것이다.
물질적 부유함에서 심리적 부유함으로, 정신적인 궁핍함에서 정신적 부유함으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투철하면서도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소박한 삶은 단지 비용을 줄이고, 실용주의적 삶을 실천하는 것이 아니다. 이것에 대해 러스킨이 말한 유명한 경구가 있다. "삶이 없는 부유함은 없다." 그 부유함이란 영혼을 살찌우는 방식으로 삶의 모든 부분에서 아름다움과 경외감을 끌어안는 것이다. 이것은 제인 오스틴의 소설 속에서의 삶의 강화와 삶의 지혜, 슈베르트의 진심어린 음악적 헌사인 <음악에 An Die Musik> 뿐만 아니라 밥 딜런의 노래까지 포함할 수 있다.
현명한 사람은 모든 것에서 아름다움을 찾는다. 그는 영혼을 살찌우게 하는 삶을 살려고 하며, 토머스 모어가 쓴 글에서처럼, '영혼을 번성하게 하는 내면의 깊이와 질'에 관심을 둔다. 현명한 사람은 영원한 실재에 대한 명상을 통해 성스러움의 현현을 깨닫고, 또한 깊은 상상력을 통해서 성스러움을 향해 가는 거룩한 길을 찾고자 한다.
이 책의 추천사를 쓴 이는 "한 번 읽은 뒤 시간 간격을 두고 다시 한 번 찬찬히 이 책을 읽어야 합니다. 우리가 자본주의가 깔아 놓은 소비의 수렁에 빠져 있고, 그 안에서 허무하게 허우적거리고 있었음을 깨닫는 일은 어려우니까요...." 하고 썼는데 정말 맞는 말 같다. 두 번은 읽어야 할 책이라고 읽는 내내 나도 생각했다. 또 책을 읽으며 내가 좋아하는 소로우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서 반가웠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모두 서로 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