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시장
윤제균 감독 / 황정민, 김윤진, 오달수...
짐작으로 헤아려보면 이 영화 주인공인 아버지(덕수)는 42년생쯤 되었을 것 같다. 35년생인 우리 아빠보다는 어리고 월남전에 파병되었던 일산 작은아빠랑 동갑쯤 되지 않았을까. 눈보라가 휘날리는 바람찬 흥남부두의 후퇴와 전쟁, 피난살이, 휴전, 서독 광부(간호사) 파견, 월남참전, 이산가족상봉, 재개발..에 이어지는 영화 속 장면들은 직접 경험하지 못한 부분도 있고 남의 일로 간접 경험한 부분도 있다. 맨주먹으로 시작해서 평생을 갖은 고생하며 자식을 번듯하게 키워내고 이제는 큰 걱정은 없으나 남은 것은 노쇠해진 육신과 허무함.
영화에 등장하는 정주영, 이만기, 앙드레김, 김동건.. 또 한 사람 있었는데 누구더라? 그런 부분이 감초같이 재미있었다. 슬픈 영화가 아닐까 염려했는데 영화관에는 잔잔한 웃음이 군데군데 터져나왔다.
영화의 마지막, 아버지는 방에 들어가 자신의 아버지 사진을 붙들고 "아버지, 내 약속 잘 지켰지예. 이만하면 내 잘 살았지예. 근데 내 진짜 힘들었거든예" 울며 독백하는데 거실에는 자녀손들이 화목하게 모여 앉아 웃고 떠든다. 아버지의 눈물과 희생, 그 덕분에 피어난 찬란한 보람이 한 화면에 대비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주변 친구들의 반응을 보면 남자들은 아버지의 마지막 독백이 마음에 남는가보다. 50대, 지금 친구들의 삶이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가장 힘든 시기인지라 자신과 동일시하고 함께 우는 모양이다.
나는, 힘든 세월을 자식이 아닌 내가 겪은 것이 참 다행이라는 그 말이 마음에 남는다. 우리 부모 세대는 그리 말할 수 있지만 우리 세대는 어쩌나. 그런대로 좋은 시절을 살아온 우리 세대에 비해 자식 세대가 얼마나 힘들지 뻔히 보여서 마음이 아프다.
상황이 그래서였지만 우리 아빠는 치열하게, 어렵게 살지 않았다. 우리집 분위기가 그다지 가부장적이지도 않았고. 그래서인지 남들만큼 와닿는 것 같지는 않으나 할머니에게, 작은 아빠들에게 들어본(우리 아빠는 말씀이 없는 분이라), 내가 눈으로 본 것들을 영화로 보는 재미가 있었다.
요즘 복고가 유행하는 것은 불안의 시대 그 원인은 불신에 있고, 오늘 믿을 것이 없기에 옛것을 찾는 거라는 글을 오늘 아침 전철에서 읽었는데 과연. 응답하라, 토토가, 국제시장 등을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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