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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주절

콩국

초등학교 여름방학에 외가에 갔다가 연포해수욕장에 갔던 날, 성격이 소극적이었던 나는 해수욕장에 갔어도 바닷물에 발 한 번 담가보지 않고 해변에서만 놀다가 더위를 잔뜩 먹고 돌아오는 길에는 시원한 콩국수도 먹었다. 더위먹고 괴로웠던 이유가 콩국수 때문이라고 생각해서 그후로는 먹지 않았는데 언제부터인지 또 콩국수를 먹었고 그 고소함을 좋아하게 되었다.

벌써 날씨가 더워져서 콩국수 생각이 가끔 드는데 함께 콩국수를 먹을 사람이, 기회가 없는 거라. 며칠 전 영훈OB모임이 있어서 삼청동에서 저녁을 먹던 날, 마침 그 집에 콩국수가 있기에 나만 따로 한그릇 시켰다. 값은 만원. -.-+ 먹고 싶었던 것이라 맛있게 먹기는 했는데 콩국에 뭔가 불순물이 섞인 맛이었다. 아마도 고소한 맛을 내기 위해서 땅콩을 섞었는지 콩맛이 덜 나는 느낌이었다.

주말에 이것저것 한 주간 먹을 양식을 준비하다가 별이아빠가 볶아먹느라 사다놓은 콩을 한 줌 물에 담궜다. 콩국을 만들어 먹을 요량으로. 전에 만들어 본 적이 있는데도 콩을 삶아서 갈았는지 갈아서 삶았는지 헷갈린다. 갈등하는 나를 보고 별이아빠가 옛날에 자기 엄마가 두부만들 때 보면 갈아서 끓이더라면서 아마도 갈아서 끓이는 것이 맞을 거라고 얘기한다. 그래도 아리송하여 모처럼 엄마한테 전화를 해서 물어봤더니 (필요할 때만 전화하는.. -.-;;) 갈아서 끓이면 곤죽이 된다고 삶아서 가는 거라고 알려준다.

물을 잔뜩 넣고 콩을 삶아 식혀서 카터기에 갈았다. 우리집에는 요즘 홈쇼핑에서 파는 멋지구리한 주서기나 믹서가 없고 간단하고 조그만 카터기만 있을 뿐이라 갈아놓은 입자는 그다지 곱지 않은데 난 그것이 더 좋다. 조그만 유리그릇에 담아 냉장고에 넣어놓았으니 먹고 싶을 때마다 머그잔에덜어서 먹기만 하면 된다.

별이아빠가 늦잠을 자는 현충일, 전날 갈아 넣어둔 시원한 콩국 한 잔과 사과 반 개, 하나 남아 굴러다니는 꿀호떡 한 개로 맛있고 배부른 아침을 먹었다. 끄억~ 진짜로 고소한 콩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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