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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일기

111206 - 평화

2011. 12. 6 화 흐리기도 하고..

인지부조화란 신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을 때받는 스트레스를 신념을 수정하든지 행동을 수정함으로써 신념과 행동을 일치시키는 방향으로 나가는 것을 말하는데 보통은 신념을 강화시키는 쪽으로 간다고 한다.

나는 내 생각과 눈 앞에 보이는 상황이 다를 때귀를 닫고 눈을 감아버리는 편이다. 그래서 뻔히 현장에 있었으면서도 제대로 듣지 않고 기억하지 못한다. 관찰력 좋은 사람들은 상세하게 증언하지만 나는 그렇지 못하다. 아니, 일부러 그러지 않는다. 경우가 약간 다르겠지만 이것도 인지부조화이론으로 설명되는 현상이 아닐까.

평화로운 게 좋다. 내 생각과 다르더라도, 내가 조금 손해보더라도 평화를 유지할 수 있다면. 바람피는 남편을 다그칠 때 '절대 아니다' 라는 말을 듣고 싶어하고 그 말을 믿는 아내들은 평화를 원하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내 친구가 '절대 아니다'라고 말할 거라는 기대를 갖고 자리를 깔아주었는데 그 친구는 나를 오해했다. 곰곰이 생각하니 내가 오해를 살만도 했다는 생각이 든다. 평소의 그 친구에 대한 내 평가가 좋았기 때문에 묻는 말에 답을 하면서 편하게 물었던 것인데 예상과는 전혀 다른 반응을 보여서 놀라기도, 미안하기도, 섭섭하기도 했다. 아무리 아닌 척해도 그 친구는 많이 예민해 있는 상태였을텐데 그것까지 배려하지 못한 게 잘못인 것 같다. 그 친구의 태도가 다른 때와 다른 게 없었기 때문에 그랬는데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아쉬운 것은 그 친구가 어떤 말을 하든 그 말을 나는 그대로 믿으려 했고 또 오해하는 다른 친구가 있다면 내가 나서서 해명을 해주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왜냐하면... 나는 평화로운 게 좋으므로.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그 친구들이 좋으므로.

오늘도 몇 번 그 친구에게 무슨 말로 위로를 할까 생각하다가 그만두었다. 생각하고 정리할 시간이 그 친구에게도 필요하겠지. 특히 남자들은 이런 경우 대화로 푸는 게 아니라 혼자만의 동굴이 필요하다고 하니까.

다 같은 마음을 품을 수는 없겠지만 그 자리에서 행동을 신념에 일치시키는 작업을 하지 않고 넘어갔다면 시간이 지난 다음에 그 행동을 공개적으로 공격하는 일은 옳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평화를 위해서였든 어쨌든 우리는 모두 한통속이었고 정도의 차이 뿐, 다 똑같은 모습이었다.

성경 어딘가에 스승되지 말라는 구절이 있다. 가르치는게 힘들다는 얘기도 되겠고 함부로 남을 가르치지 말라는 얘기도 될 것이다. 三人行이면 必有我師라 했는데 거기서 我가 師라고는 생각하지 말자.

내 말이 그 친구 상처에 소금이 아니었기를 바란다. 난 전혀 그럴 의도가 아니었으므로. 그러나 살면서 오해받는 일이 없을 수야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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