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예정에 없이 점심이나 같이 먹자는 연락이 와서 미아롯데에서 성은이와 미연이를 만났다. 한시간 남짓 시간이 비어서 일찍 가서 매장을 둘러보았다. 가방과 구두, 코트를 사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었으므로 기회에 한 번 둘러봤는데 워낙 값이 비싸 적극적으로 골라보지 않아서인지 그닥 맘에 드는 것도 없었다.
시간이 되어 두 친구가 왔고 점심먹는 걸 제쳐두고 지하 이벤트홀부터 뒤지고 다닌다. 백화점 매장 상황을 꿰고 있으면서 물건 잘 골라내는 성은이 덕에 가방을 하나 샀다. 미연이는 같은 매장에서 두 개나 사고. 막상 성은이는 맘에 꼭 드는 것이 크기가 너무 커서 한참을 고민하다가 못샀는데 그렇게 아쉬워할 수가 없었다. 맘에 꼭 드는 것만 사기에도 돈이 많이 드는데 맘에 덜 드는, 살까말까 망설이는 것까지 사게 되면 나같으면 아마 파산하고 말꺼야.. 잔소리를 해줬다.
가방이 해결되고 오늘 만남에 충실하기 위해 점심을 먹었다. 점심을 먹었으니 커피나 한 잔 하며 수다를 좀 떨다가 헤어져야지 생각하는데 왠걸, 커피 마시려고 물 한모금도 안먹었는데 위층으로 올라가보잔다.
이층, 삼층 옷매장을 돌면서 미연이는 원피스 두 장, 자켓 한 장, 코트 한 장을 샀는데 그 코트는 애초에 내 맘에 들어서 들어간 거였다. 미연이는 그런 라글란 소매의 넉넉한 스타일을 좋아하지 않고 오히려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인데 미연이가 입으면 맞는데 내가 입으면 엄청 크게 느껴지는거다. 미연이는 나보다 훨씬 아니,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날씬하고 몸매가 좋은데. 세 사람이 번갈아 입어보다가 미연이가 샀다. 머, 내 맘에 드는 코트 미연이 만날 때 눈으로 보는 것도 그닥 나쁘지 않겠다.
더 돌다가 이십대 애들이 주로 입는 브랜드 매장 앞에서세일 중인 코트를 보고는 나보고 입어보라고 난리. 나랑 성은이랑 입어봤는데 내가 입은 게 괜찮다고 사라고 권한다. 넉넉하고 길이가 짧아서 좋긴 한데 별로 맘에 들지는 않아 망설였더니 소재가 좋은데 싸니까 그냥 사라고.. 하하.. 그래서 애들의 말을 듣고 사버렸다.
몇시간을 돌았는지 시간이 많이 흘러 집에 가야될 것 같은 분위기였는데 목이 마르니 커피나 마시고 헤어지자고 성화를 부려 2층에 있는 커피숍에 들러 커피를 마시는데 9층에서 구두행사를 한다는 정보를 미연이가 알아와서 9층 한 번 보고 가자고 올라갔다. 그곳에서 성은이와 내가 구두를 한 켤레씩 사가지고 지하에 내려갔더니 고기를 또 싸게 파는 거라. 고기도 한 팩 사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점심먹고 수다떨려고 만났는데 정작 수다는 떨지도 못하고 쇼핑만 잔뜩 해가지고 돌아온 하루. 그러나 평소에 사려고 맘먹었던 것을 한 번에, 괜찮은 물건을 저렴한 가격에 사서 잘된 일이다. 한번에 세가지를 다 샀으므로 목돈은 나가겠지만. 가방은 그냥 그런데 양가죽이니 가벼워서 좋고 구두는 닥스인데 가격이 무려 삼십여만원 짜리를마일리지 차감한거랑 상품권 받은 거 따지면 십만 원 좀 더 주고 샀으므로 잘 샀고 다만 코트가 좀... 애들 브랜드라 그런지 싸구려같은 느낌이 든다. 아무래도 코트는 나중에 좀 더 좋은 걸로 하나 장만해야 할 것 같다.
혼자서는 이런 쇼핑이 어려운데 고를줄 아는 성은이와 미연이가 같이 봐주고 서로 뽐뿌질을 해대는 바람에 다 잘 산 것 같다. 미연이도 들지 못할 정도로 한아름 사가지고 갔는데 평소에 사려고 했던 것을 샀으므로 지르긴 질렀어도 후회는 없을듯. 덕분에 쇼핑은 잘 했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