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113
"없는 셈 치고 살자"
형제들을 위해 적지만 나름대로 희생을 하면서 살다가
늙은 홀어미를 모시고 사는 남편에게 친형이 20여년 전에 한 말이다.
그리고 그렇게 살았다.
형제 많아야 다 소용없다는 남편의 뜻대로 우리는 아이를 하나 낳고 더 낳지 않았다.
세월이 흘러 2000년 1월,
13년을 함께 살았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편안하게..
없는 셈 치고 살자던 형에게 처음으로 연락을 했고
장례를 치르고 또 형의 말대로 그렇게 살아왔다.
그리고 8년이 지난 지난해 늦은 가을에 연락이 왔다.
아들을 결혼시킨다고, 오라고..
연락이 오면 가는거지.
결혼식장에 갔다가 형제들 모두 형네 가기에 우리도 같이 갔다.
그 자리에서 이제 왕래하고 살자고 그러더라.
김장도 하면 가져다 먹고 밑반찬도 해 줄테니 갖다 먹으라면서...
그러마고 했다. 입술로만..
돌아오는 길에 남편이 그랬다.
자주 왕래할 거 없고 중요한 일에만 다니자고.
엊그제 토요일 11시쯤 작은 누나에게서 전화가 왔다.
집에 와서 점심먹자고.
청학리, 우리집에서 10~20분 거리.
오라면 가는거지.
아들 밥 챙겨주느라고 좀 늦게 2시 반쯤 도착했더니
큰 누나와 형 부부가 와서 먼저 식사를 하고 있었다.
형수가 먹다말고 일어나 현관앞에까지 쫓아나와서 나를 끌어안고
이쁜 동서가 왔다고, 반갑다고 한다.
끌어안으며, 내 이런 마음을 알아? 몰라? 하면서..
보아하니 식사하시면서 술도 한잔 하셨다.
끌어안고 볼을 부비대고...
그런데 나는 맨숭맨숭하다.
아, 정말 적응 안된다.
없는 셈 치고 살자 할때는 언제고 왜 이렇게 무엇때문에 달라졌는가?
그 세월 속에서 술도 끊고 담배도 끊은 남편을 형제들은 놀라기도 하고 놀리기도 하지만
남편은 꿈쩍도 않고 술 한잔 안 받는다.
길게 있었으면 하는 눈치 뿌리치고 일어났따.
그래도 꽤 오래 있었지. 6시에 일어섰으니까.
"동서네 집, 여기서 가깝다며, 같이 가보자"
하는걸, 다음에 오세요 하고 돌아섰다.
무엇이 형 부부의 태도를 바꾸게 했을까.
적응안되고 혼란스럽고 가증스럽기까지 하다.
내겐 시간이 많이 필요한데...
내가 먼저 돌아서지는 않지만 돌아서면 내 맘은 차가와진다.
회복이 쉽지 않은데...
나는 언제쯤 편안하게 형 부부를 만날 수 있을까.
요즘 왜 이런 일이 자꾸 생기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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