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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책 - 내 인생의 글쓰기



내 인생의 글쓰기

2008년 1월 10일 발행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기획

저자 : 김용택 김원우 도종환 서정오 성석제 신달자 안도현 안정효 우애령


김용택

- 책을 따라다니며 글을 쓰다

헌 책을 사서 읽기를 몇 년, 내 생각은 푸른 나무처럼 자라났고 산처럼 솟았다. 생각이 많아지고, 생각은 복잡해서 머리가 어지러웠다. 나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생각이 많아지고 머릿속이 복잡하니, 자연히 그 복잡한 것들을 정리할 수밖에 없었다. 그게 나의 글쓰기의 시작이었다.

책을 보기 시작하면서 내 인생은 시작되었고, 나는 책을 따라다니며 글을 썼다. 그 길고도 긴 인생의 길이 책 속에 있었던 것이다. 내 책이 다른 책들 속에 섞여 있을 때 나는 신기하다. 내가 처음 글을 써보려고 했던 기억을 나는 지금도 또렷이 기억한다. 책을 읽다가 방바닥에 등을 대고 누워 (많은 책을 보면서) 나는 이렇게 생각했던 것이다. '그래, 저 책을 쓴 것이 사라들이지. 그렇다면 나도... .' 그리고 나는 글을 써보기 시작했던 것이다.


도종환

- 우리는 왜 글을 쓰는가

글을 쓰게 되면 우리의 눈은 대상 속에 들어 있는 의미를 간파해 내는 눈을 갖게 된다. 내가 관심을 갖게 되는 대상 하나하나와 긴밀한 만남을 가지기 시작한다. 대상과 나와 새로운 관계가 형성되는 것이다. 내 앞에 있는 장미꽃이 나와 새로운 관계를 갖기 시작하는 장미꽃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나 자신도 그런 눈으로 바라보게 된다. 나 자신을 다시 발견하게 된다. 내 삶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되고 새로운 인생을 만나게 된다. 그래서 우리가 글을 쓰는 것이다.


서정오

- 글장이는 별종인가?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은 다 작가다. 하루 일을 마치고 지친 몸으로 집에 돌아와 오늘 일터에서 느낀 즐거움이나 억울함을 내 나름대로 글로 써 본다면, 이미 당신은 훌륭한 작가다. 비 오는 일요일 아침 문득 생각난 옛 동무의 이름 석자 가만히 불러보고 마음에 묻어 둔 말 네댓 줄 끼적여 본다면, 이미 당신은 훌륭한 시인이다. 어릴 적 할머니한테서 들은 옛이야기 한 자리 떠올려 여섯 살배기 아이에게 나긋나긋 들려준다면, 이미 당신은 훌륭한 이야기꾼이다. 달리 무엇이 더 필요하단 말인가?


안도현

문학은 여전히 외로운 자들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외로움을 모르는 문학이 있다면, 외로움의 거르을 먹지 않고 큰 문학이 있다면 그 뿌리를 의심해 봐야 한다. 글을 쓰는 일은 외롭기 때문에 아름다운 일인지도 모른다.


우애령

'내가 쓴 글이 책이 되어 사람들의 머리맡에 놓여있을 생각을 하면 마음 속에 등불이 켜진 듯한 따뜻한 느낌이 든다.'

첫 장편소설 <트루먼스버그로 가는 길>의 서문의 한 구절이다. 지금도 그 마음은 변함이 없다. 글을 쓰게 된 것은 내 삶에서 가장 행복한 느낌을 준 일들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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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 갈 때는 빌리고 싶은 책 몇 가지를 마음에 품고 갔다. 내가 원하는 책들이 모두 좋은 책들인지 그 몇 가지중 단 한가지도 서가에 없다. -.- 그래서 기웃거리면서 책을 둘러보다가 이 책을 보고는 얼른 집어들었다. 집어들고 보니 오홋! 올해 나온 따끈따끈한 신간이라.. 책을 읽으려고 보니 이 책의 제목이 '내 인생의 글쓰기'네.

나는 책을 빌리면서도, 가지고 와서도, 책을 펼칠 때까지 이 책의 제목을 '행복한 글쓰기'로 생각하고 있었다. 이상타, 어쩌다가 행복한 글쓰기로 생각했을까나. 그런 말이 있는 건지 글쓰는 게 행복감을 준다고 무의식 중에 생각하고 있는 건지.

여러 글쓰는 사람들이 자기 인생에서 글쓰는 의미, 글쓰는 이유를 적은 글이다. 모두 아홉 분의 얘기였는데 그중 다섯 분의 이야기가 특별히 마음에 더 닿았고 그 부분들을 옮겼다. 나는 말을 잘 못하는 사람이라 글로라도 마음을 표현하고 싶은 생각이 많이 든다. 그렇지만 말을 못하는 사람이 글은 잘 쓰겠는가. 말과 글은 in put과 out put의 문제이므로원한다고 되지도 않고 짧은 시간에 좋아지기도 힘들 거다. 그래도 절박하게 말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편지를 쓴다. 아들 넘이 초등학교에 다닐 때는 담임선생님께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장문의 편지 - 이메일 - 로 써서 보냈는데 나는 어떻게 말해야 할 지 모르는 마음, 간절한 마음으로 써 보낸 편지가 아이의 담임 선생님에게는 좋은 인상과 작은 감동을 주었나보다. 그 편지로 인해서 서로 자주 만나지는 못해도 서로에게 따뜻한 감정을 가지게 되었고 가끔 메일을 교환하기도 했다. 그일 이후 아버지 학교에 가는 날 아버지들 모임에서 내 얘기를 하셨다고 남편이 기분이 좋게 돌아와서 말해 주었다.

또 한번은 나를 가르치는 선생님께 편지를 썼는데 수업에 대한 어려움, 레포트 등 글쓰기에 대한 부담을 간절한 마음으로, 한편으로는 될대로 되라는 마음으로-.- 레포트 대신에 써 낸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오히려 좋은 영향을 주어서 그 선생님과 친하게 지내게 된 계기가 되었다. 생각해 보면 글을 잘 쓰지는 못하지만 간절하게 솔직하게 쓴 것이 통한 것 같다. 난 정말 마음을 글로 잘 표현하고 싶다. 그런데 그게 내게는 참 어려운 일이라 엄두가 나지 않는데 이 책에서 작가들은 누구나 다 글을 쓸 수 있다고, 써보라고 한다.

서정오 님은 "비 오는 일요일 아침 문득 생각난 옛 동무의 이름 석자 가만히 불러보고 마음에 묻어 둔 말 네댓 줄 끼적여 본다면, 이미 당신은 훌륭한 시인이다."고 말한다. 그래,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그래보기로 했다. 글을 써서 팔 것도 아니고 좀 못쓰면 어때. 그냥 내 하고 싶은 말 솔직하게 써보자. 그리고 이 책에서 작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모두 책을 무지하게 많이 읽었다고 하는데 나도 늦었지만 책을 많이 읽어보자. 나이 사십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읽는 책이 인생에 도움이 되는지 안 되는지 한번 알아보자. 그래서 사십 이후 읽은 책 다시 읽는 패턴에서 벗어나서 이제는 새로운 책들을 읽기로 결심했다. 감성도 마르고 머리도 둔화된 내게 책들이 과연 어떤 영향을 미칠지, 또 이 작심이 얼마나 가는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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