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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3의 성

제3의 성

부제: 중년여성 바로보기


며칠 전 책꽂이에서 찾아서 뽑아든 책.
초판발행일이 1999년이다.
30대 후반에 이 책을 읽었다는 얘긴데
그때는 나와 좀 거리가 있는 책으로 가볍게 읽었겠지만
이번에 다시 읽어보니 딱 내 얘기, 우리들 얘기였다.
마음으로 거부하고 싶어도 부인할 수 없는 중년.

책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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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의 위기는
첫째 죽음의 필연성, 인생의 유한성을 깨닫게 되면서 시작된다.
둘째 세대간의 간격에서 온다.
마음은 젊은데 실상은 젊음을 상실한 중년기에 들어가고 있음을 깨닫는데서 온다.
셋째 육체의 변화! 눈에 띄는 외모의 변화.
넷째 가족 속에서의 역할 변화.
가족이라는 둥지가 비어가면서 상실을 경험하게 되고
자녀는 성인으로 대해주기를 요구하고 부모는 보호의 손길을 요구한다.


열살 줄은 서로 뭣모르고 살고
스물 줄은 아기자기하게 살고
서른 줄은 눈 코 뜰 새 없이 살고
마흔 줄은 서로 못 버려서 살고
쉰 줄은 서로 가여워서 살고
예순 줄은 서로 고마워서 살고
일흔 줄은 서로 등 긁어주는 재미로 산다고 한다.


중년 부부의 사랑은 일상적 삶 속에 스며들어
서로를 더욱 단단한 결속의 끈으로 묶어놓는다.
일상생활에 배경을 둔 사랑으로 살아갈 충분한 이유가 된다.
부부 두 사람만의 삶이 아니라 자녀, 부모 그리고 사회적 관계를 맺은
많은 사람과 어우러진 삶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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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다. 분.명.히. 사랑해서 결혼했다.
살면서 사랑은 퇴색하는 것도 같고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생각들 때도 많았다.
그러나 그 한 때 뜨거웠던 사랑은
동고동락하면서, 때로는 무덤덤하게 흐르면서
동지애로 우정으로 승화하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사랑보다 우정이 더 우위에 있는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며칠전 회기동 번개에서 나누었던 이야기 때문에 이 책을 다시 읽게 되었다.
내가 알기 원한 것은 중년에 대한 것이었지만,
그래서 이 책의 방향이 내가 원하는 것과는 맞지 않았고
결론도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공감하는 부분은 많았다. 중.년.여.성.으로서.

어느새 살아온 날보다는 남은 날이 더 적어졌고
지금까지 해 온 일을 앞으로 계속 할 수 있으리라는 보장도 없는데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에는 늦은 나이.

나이를 먹으면 저절로 마음에 여유가 생겨나고 삶이 편안해질 걸로 기대했는데,
불혹에는 유혹에 흔들리지 않을 줄 알고 기대하며 기다렸는데,
여전히 유혹에 흔들리고..
50이 되면 지천명이 되고 60이 되면 이순이 될 수 있을까.
지금 흘러온 대로라면, 미루어 짐작하건대 그때가 되어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죽는 순간까지 도에 이르지 못하고
지금처럼 늘 흔들리며 나부대는 삶이 될 것 같은 불안감.

태연한 척 해도 비껴갈 수 없는
늙음에 대한 두려움, 병에 대한 두려움.

인생은 젊음에서 늙음으로 가는 게 아니고
성숙으로 가는 길이라는데
어떻게 성숙의 길로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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