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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주절

조문

이제 내 나이대가 부모님 세대를 보낼 나이가 되었단 말인지... 이틀 간격으로 친구 둘이 상을 당했다.

원성이의 빙부상에 조문을 갔을 때, 폐암 말기의 고통을 고스란히 전해들을 수 있었다. 노인분이, 얼마남지 않았다고 예감하는 삶을 접고 싶어서 아파트 창에서 뛰어내리려고 했다는 얘기나, 자식들 모아놓고 그동안 고마웠다고 말하면서 마지막으로 하나만 부탁하자는 말씀이 의사에게 말해서 빨리 죽게 해달라고 했다는 얘기는 앞으로 내게도 다가올 죽음을 두렵게 만든다. 그닥 아프지 않고 어느 순간 한 번에 죽을 수 있다면 두려울 것 없겠지만 어떤 모습으로, 어떤 병으로, 얼마나 오래 고통스러워하다가 죽게 될 지는 아무도 모르는 법. 내가 그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될까 두렵다.

대권이의 어머니도 최근에 상태가 많이 나쁘셔서 대권이가 어머니한테 한동안 매여 있었고 결국은 떠나셨다. 내가 받는 고통도 괴롭지만 사랑하는 가족에게 피해를 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는 것 또한 두려운 일이다. 우리 세대는 형제가 그래도 여럿 있어서 어떻게든 누군가가 옆에서 도울 수 있지만 내게 그 일이 닥칠 경우 하나밖에 없는 내 자식은 어쩔 것인가. 앓느니 죽는다고 하지만 원성이 빙부의 경우를 보면 죽는 게 사는 것보다도 힘든데..

한 달 전에는 사장님이 모친상을 당하셨다. 노인요양병원에 입원해 있으면서 꺼져가는 생명, 이승에 있으면서도저승에 있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는 얼마간의 시간을 보내고 저승으로 떠났을 때 남은 자녀들은 70을 넘긴 큰아들부터 막내라야 55세. 꺼질듯 꺼질듯 하는 엄마보러 한 주에 두어번씩 시골로 달려가던 사장님은 상을 치루고는 거의 탈진한 상태로 출근을 했고 헬스로 다져진 건강한 체질인데도 정상 컨디션을 되찾기까지는 며칠이 걸렸다.내가 우스개로 던진 초상치르다가 초상날 뻔했다는 말에 심하게 공감을 했다.

최근 세 차례의 조문을 계기로 앞으로 닥치게 될 내 부모님의 일과 언제일지 모르지만 내 죽음에 대해서 잠깐 생각하게 되었는데 부모님이야 때가 언제가 되든 우리 삼남매가 당연히 잘 해낼 수 있겠지만 내가 죽을 때 우리 별이는 얼마나 힘이 들까 싶다. 부모님이 오래 살아 앞으로 이십년을 더 사신다 해도 우리는 셋이니까, 셋이 두 분 보내드리는 거야 나이먹어 힘들어도 못할게 뭐 있나 싶은데 내가 오래살고 죽게 된다면 칠십넘은 별이가 혼자서두번의 일을 감당하기에는 얼마나 힘이 들까. 가능하기는한 걸까.

얼마전에 일본의 급변하는 장례문화, 장례식 없이 화장하는 직장(直葬)이 최근 30%로 급증했다고 보도하면서 10년 후의 우리의 모습이라고 한 기사를 읽은 적이 있는데 정말 남의 일 같지 않았다. 혼자 살다가 혼자 죽는 고독사, 오래 살았기 때문에 연고자도 없고 있다 해도 다같은 노인이라 장례를 치러줄 능력이 안되는 상황. 그래서 자기가 묻힐 묘지를 미리 사서 준비하고 사후에 어떻게 처리해달라고 적어두는 임종노트가 유행이라고 하는데 이거, 남의 얘기가 아닌 것이다. 나는 떠났는데 내가 살던 집, 내가 쓰던 사무실에 나뒹굴 주인없는 물건들도 그렇고... 떠나고 난 자리가 깨끗할 수 있게 나이들수록 주변을 단순하고 명확하게 정돈해야 하겠다.

그러나 사실 가장 큰 걱정은 늙어가는 것. 지금부터 일을 그만둘 때까지와 일을 그만둔 후부터 죽을 때까지의 시간들. 극심한 변화 때문에 윗 세대로부터 전수받을게 없는 늙어가는 동안의 삶. 어떻게 채워야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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