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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일기

감사

 

추수감사절 예배를 드리면서 지난 한 해 동안 내게 있었던 감사한 일들을 생각해보았다.

 

별이가 무사히 제대를 하고 건강한 모습으로 내 곁으로 돌아온 일이 제일 감사한 일이다. 올 가을은 철원의 기온이 떨어지거나 말거나 신경쓰이지도 않고 집에 들어가보면 별이가 소파에 기대어 있는 것이 반갑고 감사하다. 복학을 한 이후로는 중고등학교 때도 보기 힘들었던 공부하는 모습도 보여주고 아침에는 깨우지 않아도 스스로 알아서 일어나며 아침밥도 저녁밥도 알아서 해결한다. 게다가 주일 아침에는 이른시간임에도 함께 예배에 참석하고 매번은 아니지만 자주, 어제 추수감사예배도 집중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참 기쁘고 감사하다. 나는 일주일에 한 번 토요일에 늦잠을 자지만 별이는 일주일 내내 늦잠 잘 수 있는 날이 없다. 토요일은 아르바이트 하러, 일요일은 교회에 가느라 일찍 일어나야 하는데 군소리 안하고 일어난다.

 

별이아빠가 퇴직을 했지만 새로운 직장을 구해 출근하게 된 것이 또 감사한 일이다. 가진 것 없고 배운 것 없고 할 줄 아는 것 없는데 나이는 많다는 것, 그래서 갈 곳도 없다는 것을 내 상황으로 인정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일단 인정하고 나니까 마음이 편해졌고 수십 군데도 더 넣은 이력서, 다행히 한 곳에서 연락이 와서 새 직장에 출근, 새로운 일을 하게 되었다. 평생 해왔던 일 중 가장 힘든 일이지만 그 쪽 정년은 60세라 앞으로 5년 남짓 하게 될테니 평생 힘든 일 하다가 5년 남짓 수월한 일을 하는 것보다 얼마나 나은 상황인가.

 

내게도 second job이 생겼다. 얼떨결에 우연히 시작하게 된 일. 어차피 성취감을 맛보거나 열심히 한다고 더 나은 미래를 기대할 수 있는 일이 아닌데 쉽고 편하니 그것이 장점이다. 이 분야에서 내가 하는 일보다 편한 일은 아직 만나지 못했다. 하하.. 하찮다고 할만한 일이지만 이 일을 통해서 보는 것도 배우는 것도 느끼는 것도 많다. 또 그동안 내 스스로 인식하지 못한, 주변 사람들이 짐작할 수 없는 나의 다른 면을 보게 되기도 하고.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 일을 처음에 시작하게 된 것이 참 희안하고 지나고 보니 감사하다.

 

2012년 지금까지 지내오면서 내게 감사한 일 중 큰 것들은 이 정도가 기억에 남는다. 그러나 사실 날마다 일상이 감사하다. 무사히 하루 하루를 건강하게 잘 살아왔다는 것, 욕심내지 않고 소박한 삶에 만족하는 것,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한 삶인지 안다는 사실이 감사하다. 남녀노소 빈부귀천 누구에게나 똑같이 공급되는 것들에 감사하고 갖고 싶은 만큼 얼마든지 가질 수 있는 고귀한 가치를 추구하는 마음이 있어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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