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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일기

사인사색

 

사인사색이 지난 금요일에 만났다. 모처럼 시간맞추어 다 나왔고 내 주장대로 포크랜드에 가서 오겹살을 먹었다. 언젠가 한 번 거기서 짚불삼겹살을 먹고 별로라고 해서 그 후로 갈 생각도 안했는데 이번에는 내가 다른 메뉴는 괜찮다며 강력 추천을 했고 다행히 다들 맛있다고 칭찬을 해댔다. 여자 넷이 5인분을 먹고 다른 메뉴로 1인분을 더 먹었으니 우리가 만나서 먹었던 중 가장 잘, 맛있게, 많이 먹은 날 같다.

 

모일 때마다 장소와 메뉴 때문에 은근 스트레스였다. 어디를 가도 다같이 만족하는 법이 없다. 최근에 가장 많이 가는 곳이 치맥. 치킨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내가 내색하지 않아서 그나마 무난한 줄로 아는 곳이다. 닭고기를 좋아하지 않아서 배고플 때 조금 먹는 정도인데 주로 밤에 만나니까 배고픈 시간이라 한 두 조각쯤 먹으니 다른 애들은 내가 치킨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한다. 사실 지들 먹는 양에 비하면 알 수도 있는 건데도. 메뉴 정하는게 워낙 힘들고 말이 많아서 내가 양보하는 마음으로, 그래도 션한 맥주가 있으니까 가는 곳이 치맥집이었는데. 다행히 이번에 간 포크랜드는 어찌나 칭찬을 해대던지. 다른 친구들한테도 소개하겠다는 길#이, 딸이랑 오겠다는 성#이.. 머, 잘 된 거 같다. 메뉴도 다양하니 당분간 만날 때 장소 걱정은 안해도 될 듯.

 

저녁을 먹고 카페로 옮겨 커피를 마시며 다른 때에 비해 꽤 오랜시간 이야기를 했다. 늘 만나면 하는 얘기는 여전하고 함께 한 시간이 길어서인지 공격적인 말도 서슴지 않고 갈수록 수위가 높아진다. 그만큼 공격에 대한 내공도 높아진거겠지. 사람들은 왜 서로 친구가 되고 관계를 이어가는 걸까. 때때로 서로 지겨워하면서, 때로는 만나서 맘 상해 하면서 우리는 왜 계속 만나는걸까. 마치 가족같은 애증의 관계가 되어버린걸까.

 

이날 내가 공격을 많이 당했다. 최근 내 모습을 보면서 이기적이고 고집 세다고. 나는 '그럴 때는 그럴만한 일이 있는 거'라고만 얘기하고 더이상 변명하지 않았다. 언젠가 그럴만한 일이 무엇인지 그 친구들도 알게 되겠지만 그때 말하고 싶지 않았던 것은 그 시점에서 친구들이 내게 쿨한 상대로 느껴지지 않아서일 것이다. 나중에야 왜 그런 말을 안했냐고 하겠지. 말하지 않아도 그럴만한 일이 있나부다 하고 이해해주는 것, 현상만 보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성격이나 평소의 모습으로 판단하는 것인데. 그래 뭐, 내가 평소에도 이기적이고 고집 센 모습으로 비쳐졌다는 얘기일 것이다. 어쨌든 좋다. 남이 나를 어떻게 판단하든 나는 나고 나는 당당하니까.

 

나는 요즘 때로 혼란스럽지만 조금씩 조금씩 더 자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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