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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일기

후회



송천 정기모임에서 내가 분위기메이커는 아니지만 분위기 싸늘하게 다운시킬 수 있는 사람인 건 확실하다. 올해, 그동안의 모임에서 나는 술을 먹지 않거나 아주 조금 먹거나 심지어는 무알콜음료를 싸들고 가기도 하면서 말수를 줄이고 조용히 보냈다. 최근 모임 두 번은 스케줄상, 건강상의 이유로 밥만 먹고 바로 일어나 집으로 돌아왔고. 지난달 모임에서 누군가가 요즘은 모여서 별 말도 없이 고기만 잔뜩 먹고 가는 것 같다는 말을 했을 정도.

어제 모임에서 나는 오랜만에 소맥 너댓잔을 먹었다. 오지랍과 근거도 없는 책임감 비슷한 것 때문이었던 것 같고 마주 앉은 불편한 두 친구가 신경이 쓰이기도 해서였다. 어쨌든 다른 때와는 달리 먹고 떠들고 오버도 하고 그랬다. 다같이 그런대로 즐겁게 보냈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나는 후회를 하고 있다. 그 자리에서는 분명 반가워하고 웃고 떠들고 즐겁게 보낸 것 같았지만 자꾸만 그 다음 뒷담화가 상상이 된다. 벌써 몇 개월의 시간이 흘렀는데, 곧 일년의 시간이 지나갈텐데, 그리고 문제는 해결이 되었다는데 나는 아직도 편치 않다. 내 나름대로 마음을 다했다고 생각했던 친구들에게 느낀 배신감 같은 것이 세월이 흘러도 치료되지 않은 것 같다. 그냥 그동안처럼 마음을 적당히 닫아걸고 지내는 것이 차라리 나을 것 같다.

오지랍과 근거없는 책임감은 아직도 모임에 대한 애정이 남아 있기 때문일 것이고 남은 긴 인생동안 어떤 모습으로든 같이 흘러가겠지만 더 나아지려고 노력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은 후회했으니까. 아직도 내 마음에는 불신이 뿌리깊게 남아 있다는 것을 오늘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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