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2. 26
몇년 전, 포크랜드에 가서 짚불삼겹살을 먹었을 때 그 향이 싫다고 해서 그 후 가지 않았다. 최근 초등 모임 때 거기서 먹은 오겹살이 참 맛있어서 사인사색 모였을 때 다시 포크랜드를 갔더니 역시 맛있다고, 다음에 또 오자고 해서 송년 모임도 포크랜드로 잡았다.
6시 조금 전에 도착했더니 아무도 없고 길순이는 배가 고프다고 먼저 삼겹살시켜서 구워놓으란다. -.- 머, 차칸언니는 일단 삼겹살 이인분을 시켜 굽는데 아무래도 전에 구울 때랑은 느낌이 좀 다른 것 같다. 아, 생각해보니 삼겹살이 아니라 오겹살이었지. -.-;; 어떤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으나 삼겹살은 냄새가 좀 나고 오겹살은 냄새가 나지 않는다.
왼쪽 불판은 삼겹살시키고 소주, 맥주까지 시켜 벌려놓고 혼자 앉아 구운 불판이고 오른쪽 불판은 깨닫고 난 후에 시켜서 구운 오겹살.
네 여자가 먹은 고기가 칠인분. 엄청나다. 머, 이날 뿐 아니라 늘 만나면 과식을 하게 된다. 고깃집을 가도 패밀리레스토랑을 가도 맥주집을 가도. 계속 앉아 있으면 더 시킬 기세여서 옆에 커피숍으로 옮기자고 서둘러 나와서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다. 그래야 늘 비슷한 주제와 비슷한 태도. 한 때는 서로 주고 받는 이야기와 반응 때문에 서로 맘에 안들어 한 적도 있었는데 지금은 그 경지를 넘어선 것 같다. 인간의 본질, 한계를 깨달은 나이가 된 것일까.
시누이 아파트 얻어주고 딸래미 차 사주고 또 시누이 차를 사줄 수 있을 정도로 재정적으로 풍요로워진 성은이가 마음에는 여유가 없다. 평화가 없다. 뭔가 위로받고 싶어서 얘기하는 것들이 다른 친구에게는 배부른 투정으로 들리는 모양이다. 도통 위로해주지는 않고 오히려... 정답은 누구나 안다. 성은이도 몰라서 그러는 건 아닌 거고. 다만 공감받고 위로받고 싶었을텐데 위로해주지 못하는 게 조금 안타까웠다. 그 마음, 충분히 공감할 수 있겠더만. 사람이므로.. 하여튼 미래에 대한 대비가 다 되어 있다고 말하는 성은이가 행복하지 않은 걸 보면 재물로 행복을 살 수 없는 게 확실한 모양이다. 그렇지 않아도 몇가지 병들이 발견되어 걱정스럽고 우울한데 위로가 되어주지 못한 게 아쉬워 다음에 시간이 되면 따로 만나볼까 싶다.
길순이랑 성은이가 친하면서도 서로 은근 상처를 준다. 그게 정말로 친해서 그런 건지는 몰라도 보는 나는 아슬아슬한 느낌이 든다. 지들은 괜찮은데 내가 너무 예민한 것일 수도 있지만 지들 마음에도 상처가 될텐데... 머, 내가 어쩔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성격이 다른 탓이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