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주말
토, 일요일은 여전히 마포로 출근했다.
전부터 눈에 들어오는데 값이 비싸서, 또 효용이 있을까 싶어서 사지 않았던 물건이 반값 정도로 가격을 할인하기에 사 들고 왔다. 토요일에 작은거 중간거 사왔는데 일요일에는 큰 것도 마저 사왔다. 모두 샘플로 전시되어 있어 때가 좀 묻은, 그러나 닦으면 깨끗할 물건들이다. 뒤에 자석이 있어 철제품에 부착하여 사용하는 것. 냉장고와 세탁기, 에어컨에 하나씩 붙여놓으려고 했는데 냉장고와 전자렌지에 붙여놨다. 염려했던대로 곧 천덕꾸러기가 되어 쓰레기와 동급이 될지도 모른다. -.-
2. 성탄전야
성탄 이브에는 출근을 하지 않으려고 맘을 먹었는데 P님이 대꾸를 하지 않는다. 여태 P님의 대답을 듣고 내 처신을 결정한 적이 없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져 P님에게 월급을 받는 상황이다보니 조금 신경이 쓰인다. 게다가 일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고.
마음 편하게 출근했다. 10시쯤 도착해서 인터넷 서핑으로 놀기 반, 인터넷 서핑으로 이미지 찾는 작업 반 정도로 시간을 보내고 별이가 5시에 집에 도착한다고 해서 일찌감치 퇴근했다. 퇴근길에 마트에 들러 피자와 와인, 빵을 사들고. 아아.. 그놈의 피자는 어찌나 큰지 들고가기 어깨가 아팠다. 메이저 피자를 시켜먹어본게 언제던가. 피자 시키자고 하면 메이저 피자 비싸다고 안먹겠다고 한다. 착한 별이. 이제는 마트 피자가 최고. 값도 싸고 맛도 좋다. 메이저 피자만은 못하지만 시켜먹는 다른 어떤 중소업체 피자맛에 비할게 아니다.사들고 갈 때마다 어깨가 아픔에도 포기할 수 없는 이유.
일찍 퇴근해 들어가니 저녁먹고 집안일을 끝내도 잠잘 시간이 멀다. 별이는 친구 만난다고 나가고 나는 와인 한 잔 하고 뉴스 보고. 아, 심심해. 무슨 성탄 이브가 이 모양이냐. 티비 프로그램도 그렇고! 채널을 돌리다가 영화 '크리스마스 캐럴' 하는 곳에 채널 고정. 날씬한 스크루지 영감. (나도 저렇게 살을 빼야 해!!) 영화를 보는데는 인내가 필요했다. 영화 한 편 하는 동안 몇 번을 끊고 광고를 내보내던지. 다시는 거저 나오는 영화 보지 않으리!!
익히 아는 스토리지만 "저건 어린이를 위한 동화가 아니냐" 떠들어가면서 재밌게 봤다. 영화는 어린이를 위한 영화가 아니라 나를 위한 영화였다.
3. 성탄절
7:30, 9:30, 11:30 세 번의 예배 중에 마지막 예배를 가겠다고 했다. 별이가. 별이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우리집 시계. 덕분에 오랜만에 늦잠도 자고 아침도 챙겨먹고 교회로 출발했다. 아슬하게 늦겠다 했더니 역시나 늦었다. 예배당은 꽉 차고 넘쳐 들어갈 수가 없어서 5층 비젼홀로 갔다. 영상 예배. 뭐 크게 다를 건 없다. 비전홀만 해도 작은 교회보다 클테니 분위기가 산만하거나 그렇지는 않았다. 잘 짜여 돌아가는 예배. 그 교회에서 드리는 예배는 늘 만족스럽다. 하나님이 내가 드리는 예배에 만족하시는가가 문제.
모처럼 교회에 왔다가 시간의 여유가 있는 날, 북카페에서 차를 한 잔 마시고 교회를 둘러보고 싶었는데 워낙 많은 인원이 예배를 드린터라 북카페에 갈 엄두도 못내고 바로 집으로 돌아왔다. 날도 워낙 추웠다. 바람까지 불었으니. -.-
하루가 어찌나 바빴는지. 한 일도 많았다.
일어나자마자 전날 준비해뒀던 술빵을 일차 찌고 이차분 반죽하고 아침 챙겨먹고 치우고 교회다녀오고 점심 삼겹살파티 챙겨먹고 치우고 고구마 찌고 사과 깎고 블루베리를 넣은 술빵을 한 번 더 만들어내고 생배추 된장국과 김치찌개를 하고 세탁기를 세 번 돌려 빨래를 널고... 아아... 허리아프고 다리아프고 피곤하다. 사이사이 잠깐씩 꼬마의자에 앉아 쉬는게 다였으니. 내게 제일 편한 곳은 역시 사/무/실. 종일 앉아 있고 힘든 일 별로 없고. 모처럼 하루 집에 있는 날은 너무 피곤하다. 그렇다고 뭐 뾰족하게 맛난 음식 장만한 것도 아닌데. ㅠㅠ
별이는 점심먹고 나가고 별이아빠는 8자 좋게 소파에 누워 잠들고 오랜만에 CBS FM 켜놓고 집안일로 동동거리다가 밤에야 제대로 여유가 생겼다. 아, 나... 정국 구상을 좀 해야 하는데... 하다가 노트와 샤프를 들고 정국 구상하러...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