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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일기

정들자 이별

 

 

정들자 이별

 

정들자 이별이라는 말이 어쩌면 이렇게 꼭 맞는지.

 

지난 주일,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휴식시간에 이야기를 나누다가 어쩌다가 그런 말이 나왔는지 모르겠는데 그런 말을 했었다. "난 여기 오래오래~~ 다니고 싶어. 돈도 많~이 벌어서 아파트 평수도 늘리고~" 철없는 어린애처럼 내뱉은 내 말에 다들 웃고 떠들고 꼭 그러라고 맞장구를 쳐주고 잠시 시끌벅적 소란을 떨었다. 그 때 나는 내가 원하면 언제까지나 그럴 수 있을 줄로 생각했다.

 

그리고 며칠 지나지 않았는데 어제 통보가 왔다. 본사 사정상 나를 더 이상 파견할 수 없어 죄송하다고. 오오... 우째 이런 일이.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이 이제 막 정들인 사람들을 못보게 된다는 아쉬움이었다. 요즘은 주말에 일을 하러 가는 것이 기다려졌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얘기하고 함께 차 마시고 하는 시간이 너무나 재밌어서. 내가 타인에게 친절한 편이어서인지 그들도 내게 친절할 뿐 아니라 나를 많이 신뢰해서... 조금씩 조금씩 거리를 두고 친숙해졌는데. 이번 주말에는 가서 아쉬운 인사를 나누어야 할 것 같다. 술빵을 쪄가지고 가야지. ㅠㅠ

 

 

익숙함

 

파견업체에서는 다른 곳에 자리가 생기면 파견을 하겠다고 하지만 이미 익숙해진 그곳이 나는 좋은데.. 처음 그곳에 교육을 받으러 갔을 때는 되돌아오고 싶을 정도로 낯설고 두려운데다가 새로운 일에 대한 자신도 없었는데 6개월 다니다 보니 익숙해지고 편안해졌다. 지금 그랬듯이 앞으로 또 다른 상황으로 들어간다고 해도 그곳에서 금방 일을 배우고 익숙해지고 편안해질텐데 내 맘은 여기가 아니면 모두 자신이 없다. 새로 시작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이건, 나이먹으면서 생기는 현상인 것 같다. 30대만 해도 무슨 일을 새로 시작해도 다 잘 해낼 것 같고, 나는 남들보다 특별히 잘난 것 같고, 남보다 뛰어나게 해낼 것 같았는데 40이 지나면서 슬슬 두려움이 생기더니 이제는 별 것 아닌 일에도 자신이 없다. 그냥 익숙함에 숨어 있고 싶은 본능.

 

며칠 전, 별이 아빠에게 전 직장 사장이 연락을 했더란다. 다시 와줄 수 없겠느냐고. 그 문제로 별이아빠가 고민할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새로 다니는 직장을 그만두고 다시 돌아갈 생각이 없다고 쉽게 한다. 어느새 새 직장에 익숙해진 것일까? 사실 두 직장 사이에 비교우위가 그닥 크지는 않은 것 같다. 둘 다 장단점이 있으니까. 그냥 새로 익숙해진대로 쭉 가겠다는 생각인 모양이다.

 

나이먹을수록 익숙함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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