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아빠에게 효도하는 마음으로 영화를 하나 예매하려니 마땅히 볼만한 것이 없었다. 그래서 선택한 혹성탈출. 이미 오래전에 혹성탈출 영화 시리즈가 있었다고도 하고 티비로도 방영이 되었다고 하지만 나는 단 한 편도 본 적이 없어서 이 영화를 보러갈 때 살짝 걱정이 되었다. 이해하지 못할까봐.
전편을 보았다면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었겠지만 그러지 못했어도 영화 한 편 이해하는데 부족함은 없었다. 내 취향에 꼭 맞는 영화는 아니라도 내가 보기에 그런대로 괜찮은 영화였다.
윌이 손상된 뇌기능을 회복시켜주는 큐어를 개발한 것은 과학자로서 또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는 아버지를 둔 개인으로서 선의였고 개발에 성공도 했지만 그것은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는 일이었고 결국은 잘못된 일이 되어버렸다. 그 성공을 회사(혹은 인간)는 오로지 욕망에 따라 상업화할 뿐이었고 유인원에 대한 실험과정도 비윤리적이고 생명에 대한 존중이 없었다. 인간의 더 나은 삶을 향한 노력과 발전이 다른 것들, 자연이나 다른 생명에 해를 입힌다면 그것은 옳지 않을 뿐아니라 그 피해가 인간에게 부머랭이 되어 돌아오지는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시저는 표정으로 하고 싶은 말을 다 표현하는 것 같았다. 폭력 앞에서 시저가 외쳤던 말 "No!!" 그것이 인상깊게 기억에 남는다. 영화도 책을 읽는 것처럼 꼼꼼히 봐줘야 할 것 같다. 마지막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 나오는 화면이 윌의 옆집에 살던 사람의 직업과 연결되는 것이 재미있다. 아마도 이 영화는 다음편이 나올 것 같다. 마지막 장면을 보면... 큰 기대 없이 본 영화였는데 재미있었다. 이런 류의 영화, 처음 보기도 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