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절주절

마지막 인사



마지막 인사를 서로 얼굴보며 할 수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며칠 전에 연필이 접속한지가 한달가량 되었던 걸 확인하고 불길한 생각이 들었는데 오늘 결국 부음을 듣고야 말았다. 발병한지 5년이라고 했다. 그 사이 서너번 만나러 갈 생각도 하고 계획도 잡았었지만 결국 한 번 찾아가 만나지 못했다. 중간에 한 번 송년회 때 보기야 했지만 그건 그 친구가 힘든 몸을 이끌고 나와주었던 것이고. 때로는 무관심, 때로는 게으름이 결국 마음에 큰 아쉬움을 남겼다. 다시는 이런 아쉬움 남기지 않도록 해야할 일, 마음에 담은 일은 내일이 오지 않을 것처럼 그때그때 해야겠다. 

병수발하느라 고생했다는 남편은 선량해보였고 달랑 하나뿐인, 아기처럼 키우던 이제는 대학에 다니는 아들 얼굴에는 아직도 볼이 통통하게 젖살이 남아있었다. 친하게 지내던 멍석 말에 의하면 마지막 두 달은 눕지도 못하고 몸을 오그리고 있었다고 한다. 얼마전에 마지막으로 봤을 땐 더 견디라는 말을 할 수가 없더라고. 병원에서 얘기했던 것보다. 며칠 더 있어준 것은 지방에 있는 아들이 현충일에 올라오니 그것을 기다린 것 같다고 했다. 모두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작년에 은숙언니도 그랬고 죽기 전 며칠은 얼굴보고가야할 사람때문에 참고 견뎌서 보고 가는 것 같다.

영정사진은 평소 연필모습처럼 활짝 웃는 옆모습이었다. 따뜻하고 조용한 친구와 깊은 우정을 오래오래 가꾸지도 못하고 끝나버려 너무 아쉽다. 남은 가족들, 하늘이 무너진듯 하갰지만 산 사람은 또 살게 마련. 그럼 죽은 사람만 불쌍한가? 그렇진 않을 것이다. 고통에서 해방되고 평안한 쉼을 얻었을테니. 마지막 모습은 못봤지만 나는 그 찬구가 마음의 평안을 누리며 소천했음을 굳게 믿는다. 다시 만날 때까지 편히 쉬시게...

' 주절주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삼삼한 시간  (2) 2013.06.20
덥다  (2) 2013.06.11
그냥 그대로 흘러가기  (2) 2013.06.05
우리집 농사  (2) 2013.06.04
아카시아의 계절  (0) 2013.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