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가 GOP에 올라간지도 2주가 지난 것 같다. 지난 14일에 전화가 오고는 한 주가 지나도록 전화가 없었다. 지난번 GOP에 있을 때는 아래 부대에 있을 때보다 더 자주 전화를 했었는데.. 근무시간 6시간 빼고는 자유롭다면서 한 주에 두어 번씩 전화를 했었는데 이번에 한 주가 다 되도록 연락이 없으니 아이가 꿈에까지 보였다.
며칠 전 새벽녘, 꿈에 보이는데 어딘가를 갔다가 고생을 많이 하고 왔다고 끌어안고 울다가 내 울음소리에 잠이 깨었다. 그리고 나서 계속 마음이 쓰였는데.. 다행히 조금 전에 전화가 왔다. 근무시간이 9시간으로 먼저 보다 훨씬 길어져서 바빠서 전화를 못했다고 한다. 목소리가 밝지 않은 것이 영 마음에 걸리는데 아픈데도 없고 괜찮다고 하면서 앞으로는 자주 전화하겠다고 한다. 10월 중순 쯤에 휴가올 수 있을 것 같다고는 하는데 아직도 까마득히 멀게 느껴진다. 너무 자주 나오는 것도, 자주 면회가는 것도 바라는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면회라도 가끔씩 할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그것조차 어렵다. 아마 10월 중순에 일주일 정도 휴가 나왔다가 가면 제대할 때가 가까워서야 마지막 휴가 나오겠지.
어제 퇴근길 지하철 역에서 두돌이 채 안된 듯한 남자아이를 보았다. 몸이 가늘가늘하고 얼굴이 뽀얀게 꼭 별이 어릴 때 같았다. 갑자기 그때가 그리웠다. 별이는 어느새 커다랗게 자라서 내게서 떨어져 있고 다시 돌아온다고 해도 내 품안의 아이는 아니다. 기저귀를 떼고 말귀도 다 알아듣고 의사표현을 제법 할 줄 알고 외형으로 봐도 제대로 사람 같아지는 그 때, 두돌 즈음의 아이가 제일 예쁘다. 별이는 그 때쯤 전신마취를 하고 수술을 했었는데 수술 전날 금식시킬 때 얼마나 마음이 아팠던지, 수술실에 들어가던 모습, 어린 것이 회복실에서 기구들을 달고 있던 모습, 병실에서 부목을 대고 주사바늘을 꼽고 있던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 별이는 그 괴로운 시기를 투정도 부리지 않고 제일 예쁜 짓을 했었다.
별이가 나중에 아들을 낳는다면, 그래서 그 아들이 꼭 별이처럼 자란다면... 참 예쁠 것 같다. 이런 내 생각을 별이아빠에게 했더니 여자애들이예쁜 짓을 더 많이 한다고 그런다. 난, 여자아이를 키워보지도 못했고 여동생도 없고 주변에 사촌동생들 자라는 것도 남자애들만 본 터라 여자아이 이쁜 걸 잘 모르겠다.너무 여우짓하고 그러면 오히려 더 안 이쁠 것 같은 느낌. 딱 별이같은 남자아이가 훨씬 더 이쁠 것 같다. 이다음에 별이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다면 남자아이를 낳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아마 별이를 키우던 그 시절이 그리워서일지도 모르겠다.
지나고 보니 세월은 참 빠르다.세월이 더 많이 흐르면 그때는 지금을 그리워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