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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등대로

 

 

 

 

 

등대로

 

      버지니아 울프 / 이숙자 옮김

      문예출판사 / 교보도서관앱

 

전자도서관에 들어가 리스트를 훑어보다가 맘에 동하는 게 있으면 빌리는 것이 요즘 책 빌리는 방식이다. 이래라 저래라 하는 자기계발서 류의 책을 피해, 이것 저것 가르쳐 주느라 머리 아프게 하는 지식, 정보서를 피해 마음으로 감동을 느끼고 싶은 문학에서 책을 고르다가 이름이 귀에 익은 버지니아 울프의 이 책을 만났다. 제목이 등대로... 목마와 숙녀의 시인 박인환의 시에 나오는 여류작가 버지니아 울프가 썼다는 이 책 등대로와 그 목마와 숙녀 시의 중간 쯤에 나오는 등대는 무슨 관련이 있는 것일까? 박인환은 버지니아 울프에 대해 잘 알고 있었을까? 그녀가 쓴 이 책을 읽어봤을까? 그가 활동하던 시절에 이 책이 우리나라에서 출간되었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을 하면서 빌린 책..

 

빌리고 보니 여러 출판사에서 세계문학선으로 꼽아 낸 책이었다. 평소처럼 책의 뒷부분에 붙어 있는 작품해설을 읽지 않고 처음부터 읽어나갔다. 내가 책을 읽는 순서는 책 앞뒤 표지와 발문, 목차, 그리고 본문 순으로 읽는다. 작품해설이나 작가의 변은 대체로 나중에 읽는데 그 이유는 책 내용에 대한 선입견 없이 읽고 싶어서이다. 대부분 그렇게 읽는 것이 좋았는데 이 책은 앞을 읽다가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뒷쪽에 있는 작품 해설을 읽었다. 그랬다. 공간적으로 시대적으로 떨어져 있는데다가 아무런 정보 없이 세계문학을 읽는 것이 쉽지 않았다. 작품 해설을 읽고 나니 비로소 읽기가 조금 편해졌다. 그렇다고 쉽고 재밌었다는 얘기는 아니다. 세계문학을 읽으면서 쉽다고 느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인간 심리의 가장 깊은 곳을 들여다보는 버지니아 울프의 작품!

20세기 문학의 대표적인 페미니스트인 버지니아 울프의 작품『등대로』. 버지니아 울프의 작품 중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으며, <댈러웨이 부인>과 함께 2005년 타임지가 선정한 100대 영문소설에 뽑히기도 했다. 바닷가의 낡은 저택을 배경으로, 의식의 흐름에 따라 다양한 사람들의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이 소설은 멀리 작은 섬에 있는 등대에 가보고 싶어하는 어린 소년의 소박한 바람에서 시작된다. 날씨가 좋으면 갈 수 있다고 부드럽게 약속해주는 어머니 램지 부인, 날씨가 나쁠 것이라고 단정적으로 말해버리는 아버지 램지 교수, 뜨거운 예술혼을 가졌으나 표현하지 못하는 릴리 브리스코 등 다양한 사람들의 일상이 차분하게 그려진다.

버지니아 울프는 '의식의 흐름'이라는 새로운 기법을 사용하여 인간 심리의 가장 깊은 내면을 탐구하고 있다. 외딴 섬에서 등대를 지키는 가족을 방문하려는 램지 가 사람들과 이웃들이 하루 동안 겪은 일과, 그로부터 10여 년이 흘러 전쟁을 겪은 후 살아남은 사람들이 다시 등대를 방문하는 모습을 그리면서 각 인물들의 내면을 파헤친다.

 

등대로에 나오는 아버지 램지. 자식들에게 독재와 폭정을 상징하는 아버지의 존재를 나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 아버지 앞에 주눅들고 두려워하는 제임스의 마음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내게 아버지도 어느 순간 이후 따뜻하고 멋진 분은 아니었다. 독재, 고집, 짜증.. 그러나 그 순간들은 괴로웠지만 그것이 내 정신을 지배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어느 순간에 자기들을 사랑하는 아버지의 실체를 보게 되면서 편견을 버리고 마음의 문을 열었던 캠과 제임스처럼 나도 그랬던 것은 아닐까.

 

사람의 심리를 묘사하는 이 책은 천천히, 아주 천천히 흘러간다. 내가 어릴 적에만 해도 세상은 천천히 흘러갔는데... 다시 천천히 흐르는 세상에 살고 싶다. 이 빠른 세상에서 어떻게 해야 천천히 흘러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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