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석은 자에게 권력을 주지 마라
미하엘 슈미트-살로몬 지음 / 김현정 옮김 / 고즈윈
강북문화정보도서관 / 교보도서관앱
독일아마존 베스트셀러.
저자는 과학, 인류학, 윤리 사회 이론을 연구하는 철학박사이자 이슈를 부르는 문제적 작가, 두려움을 모르는 사상가, 작곡자이자 뮤지션으로도 불린다고 한다. 검색해봤으나 이 책에서 읽은 것 이외의 정보는 찾지 못했는데 그가 철학에 관해 쉽게 쓴 책(철학책이 어렵다는 딸의 일침에...)의 제목만 알아냈다. 한 번 찾아봐야겠다.
책을 골랐을 때는 정치에 관한 책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보다 더 넓은 영역을 다룬다. 인간이 스스로를 호모 사피엔스라고 부르는 건 코미디라며 저자는 호모 데멘스(광기의 인간)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저자는 우리 인간이 어느 정도 정신적 명민함을 갖추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으나 과연 현명한지, 드높이 칭송되는 인간의 지성을 우리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데 사용했는지, 오히려 서로 속이고 빼앗고 착취하고 학살하는데 사용하지 않았는지, 이 비참한 게임에서 이긴 승자도 자신이 속아 넘어갈까, 빼앗길까, 착취당하고 학살당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 공포에 떨며 살아가니 이보다 어리석을 수는 없다고 말한다.
인간이 차지하는 시간은 우주에서 하루살이에 불과(혹은, 그만도 못한 먼지같은 존재인)하고 공간은 우주에서 티끌만도 못하면서도 우주의 중심에 서 있다고 생각하는 어리석음.
저자는 묻는다. 개미와 인간 중 과연 어느 쪽이 더 똑똑한 생명체일까? 그리고 답한다. 당연히 우리 인간은 개미보다 덜 똑똑하다!고. 개체로서의 인간은 개미를 압도적으로 능가할지 몰라도 집단 차원에서는 개미가 훨씬 더 뛰어나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개미의 특성은 집단 지성에, 인간의 특성은 집단 어리석음에 있다고 말한다. 덧붙여 인간은 뛰어난 영민함으로 개체의 합리성을 집단 광기의 토대로 만드는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말한다.
내가 궁금해하는, 문명이 발전하고 기술이 발달해도 왜 세상은 갈수록 가망없어 보이는지를 이 책은 어림잡게 해주었다. 다양한 예와 풍부한 비유가 이해하기 쉽게 만들어주었고 머리를 끄덕이며 붙여 나간 북마크는 너무 많아 의미가 없을 지경이다. 2장, 종교의 어리석음을 읽을 때 일면 수긍하면서도 전체를 동의할 수 없는 이유는 내가 저자와 완전히 다른 땅(유신론, 무신론)을 밟고 있기 때문일거다. 경제인의 어리석음, 통치자들의 어리석음 등 막연하게 느껴지는 것이 글로 정확하게 보여지는 느낌.
저자는 '분노하라!' http://littletree-kang.tistory.com/112 고 외치기보다는 '어리석음으로부터 탈피하라!'고 외치라 한다. 아마도 어리석은 우리가 어리석은 정치, 어리석은 경제, 어리석은 종교를 만들어내는 것이므로 우리 모두가 어리석음을 탈피해야 한다는 주장일 것이다. 우리 모두가 어리석지 않다면 어리석은 정치인도, 경제인도, 종교인도 뽑지도 만들지도 않을테니까.
호모 사피엔스로 태어난 아이가 어떻게 호모 데멘스가 되어가는지를 이야기하는 걸 보면 저자는 미래에 대해 낙관적인 것 같다. (그 과정을 거꾸로 하면 호모 데멘스에서 호모 사피엔스로 바꿀 수 있지 않을까) 허나 나는 여전히 비관적인 생각이 든다. 사람이 어리석음을 탈피할 수 있을까. 욕심을 내던질 수 있을까. 개미와 인간의 차이는 욕심이 아닐까.
좋은 책이었다. 이북으로 구입해서 두고 읽고 싶어 이북서점을 검색했더니 요약본만 무료로 배부하고 있다. 일단 요약본을 다운받아 다시 한번 정리할 겸 읽는 중이다. 다음에 원본이 판매되면 그때 꼭 사야겠다. 교보도서관앱이 참 많이 좋아졌으나 형광펜으로 밑줄을 치고 그것을 모아둘 수 있는 기능이 없고 무엇보다 소장해서 두고두고 볼 수 없어서 괜찮은 책은 이북으로 사두는 것이 좋겠다.